X씨의 소송 이유는 “A씨가 거래 은행측에 자신과의 채무 관련 자료를 넘겨줘 결과적으로 신용을 훼손,금융거래에서 피해를 보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황당했지만 짚히는 데가 있었다.
A씨는 X씨에게 여러 차례 사업자금을 빌려줬다고 한다. 얼마전부터 X씨의 사업이 불안정해지면서 자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낀 A씨는 담보물을 확보해놓자는 의도에서 유니티은행을 찾아갔다. 유니티은행은 X씨의 주택 모기지 22만여달러를 융자한 은행이었다. A씨는 X씨의 주택 모기지 채권(노트)을 은행측으로부터 매입, 만일의 경우 담보권을 행사함으로써 X씨에게 빌려준 22만달러를 어느 정도 회수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니티은행측에선 “X씨가 A씨 당신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는 데 무슨 얘기냐”고 의아해 했다. 이에 A씨는 X씨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미리 받아놓았던 부도난 후불수표(bounced post-dated checks)와 차용증 등 자료의 사본을 은행측에 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뒤 X씨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이 걸린 것이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X씨가 선임한 변호사가 유니티 은행측의 자문변호사인 박모씨였다.
한인은행권에서 고객관련 거래 정보 누출과 관련된 시비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채권 채무관계에 있는 고객 관련 거래정보를 넘겨받은 은행의 자문변호사가 이해 당사자 어느 한편의 소송 변호사가 돼 있다는 점이다. 유니티은행측이 고의적으로 거래자료를 자문변호사에게 넘겼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A씨는 은행을 상대로 사실 확인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니티 은행의 알버트 상 전무는 “그 내용 자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은행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며 “은행입장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다. 더이상 얘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해상충관계에 놓인 두 고객 가운데 어느 한편의 고객 정보를 받은 은행의 자문변호사가 다른 한편을 상대로 소송한 고소인쪽에 서 있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은행의 비밀 누설’ 운운하며 뒤늦게 비밀준수(Confidentiality) 책임을 챙기는 은행 고위 간부의 자세는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은행측 자문인 박변호사가 X씨의 변호사가 됐다면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만일 박변호사가 이해상충관계를 공개하지 않거나 또한 양해(waiver)를 받지 않고 X씨를 변론하기 위하여 수임계약을 했다면 변호사 윤리 규정을 어겼다는 의견이다.
상법 소송 전문 이모 변호사는 “은행측 변호사였던 박모씨에 의해서 A씨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고 실제로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다고 할 수 도 있지만 주 변호사협회(State Bar)에 충분히 고발할 수 있어 보이는 사례”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은행측과 변호사-X씨의 관계에서 담합혐의가 발견되면 이 사건은 의외로 파장이 적지 않은 금융 스캔들이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