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경기 심상찮다

 
미국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아왔던 주택시장에서 최근 다시 회복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 착공실적이 상승했으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브로커들은 매물이 없다며 매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즉 매물이 없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착공이 늘고 기존 주택소유주들도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 내놓기를 미루고 있다. 따라서 한정된 매물로 인해 구매자들의 경쟁은 높아지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 4월 주택착공 실적 상승 = 우선 지난달 미국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 다만 선행지표격인 건축 허가건수는 앞선 3월 3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데 따른 조정을 보였다. 주택경기 회복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연방 상무부는 4월 주택 착공 실적이 71만7천가구로 전달 수정치(69만9천가구)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측(68만가구)을 크게 웃도는 것이고 지난해 4월과 비교해 29.9% 늘어난 것이다.

단독주택 착공이 2.3%, 공동주택 착공은 3.2% 각각 증가했다.

주택 건설업자들은 향후 6개월간의 주택 거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점차 커지고 있어 5월에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6년 전 무너진 주택시장이 월세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 위한 아파트 건설 활성화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는 가운데 팔리지 않은 주택도 과잉 상태라는 게 변수다.

지난달 착공은 2006년 1월 정점에 달했을 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1분기 주택 건설이 거의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2005년 이래 처음으로 연간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 착공의 선행 지표인 건축 허가 건수는 4월 단독주택 47만5천가구, 공동주택 24만가구를 합쳐 71만5천가구로 2008년 9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76만9천가구)보다는 7% 감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73만가구 정도를 예상했었다.

단독주택이 1.9% 증가했고 공동주택은 20.8% 급감했다.

▶매물 실종 현상, 브로커들 리스트 확보 전쟁 =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 따라 주택 판매자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물을 걷어 들이고 있기 때문인데 일부에서는 주택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15일 미 주류 언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부터 플로리다까지 주택중개업자들이 매물 확보에 난항을 맞고 있다. 중개업체는 거래 수수료를 절반가량 인하하고, 잠재 매도자들에게 식사를 접대하는 등 매물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다.

주택 재고 물량이 2005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등 공급이 위축된 반면 투자 수요 및 실수요는 살아나면서 빚어진 결과다.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주택 매물은 전년 동기에 비해 22% 줄어들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LA와 샌디에고, 피닉스 등 주요 도시의 4월 주택 재고는 3개월치 이하로 줄어들었다.

S&P/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미국 20대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2002년 10월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주택을 매입한 이들은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모기지 부채 규모가 집값보다 높은 가구가 1110만에 이른다. 이 경우 거주지 이전이 쉽지 않다. 주택 매물을 찾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5% 미만인 모기지 대출자가 250만에 이른다. 이 경우 부동산 거래 비용을 치르고 나면 곧바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펜실베니아대학의 수잔 와처 부동산 및 금융 교수는 “최근 매물 부족 현상은 주택시장이 완만한 하락 추이에서 회복으로 옮겨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강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연초 이후 수요가 완만하게 살아나고 있지만 가격은 뜨지 않고 있다. 146개 지역의 주택 중간값은 전년 대비 0.4% 하락했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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