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전문 창업가’ 조너선 리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업체(ASP) 코리오(Corio)를 창업했던 조너선 리 씨가 회사 입구에 걸어놓은 한국어 사훈 ‘책임감과 존엄성과 근면은 성공의 비결이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실리콘밸리에서 나스닥 상장에 이어 IBM에 매각돼 화제가 됐던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업체(ASP) 코리오(Corio)를 창업했던 조너선 리(52.한국명 이종민)씨가 다시 뛰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만 모두 7개 기업을 창업하고, 초기단계 기업 7개사는 지분 인수 등으로 참여해 성장시키는 등 사실상 14개 기업을 일궈내 이곳에서 ‘전문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로 이름이 높다.

그러나 그는 아이디어에서 부터 회사명을 짓고 사무실을 얻는 것까지 직접 한 창업과 달리, 사원이 한두명 밖에 없는 회사라도 이미 창업이 된 회사에 참여했다면 창업자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창업은 정말 험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존경받아야 할 ‘창업자’라는 명칭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을 한 기업의 수는 직접 회사명을 만들었던 7개사가 맞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씨는 1998년 창업한 코리오를 2년 후인 2000년 나스닥에 상장시킨 후 2005년 IBM에 1억82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하지 않던 그가 지난해 1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2개 기업을 합병해 캘리오(Kalio)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공업체를 재창업하면서 일선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7월부터는 아예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씨는 “코리오 매각 때까지 열정적으로 일했으나 그 후 적극적으로 창업전선에서 일하기보다는 창업 초기단계 기업의 이사회 등에 참여해 조언하는 정도의 일만 하는 등 사실상 ‘준’ 은퇴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다 “1년 6개월전 다시 일이 하고 싶어져” 복귀했다는 그는 “무엇보다 전자상거래의 발전 가능성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소매판매 가운데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하며 전세계적으로 보면 2∼3%에 지나지 않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이런 전망으로 인해 캘리오는 벤처캐피털(VC) 등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일주일에 평균 5건 정도 투자제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자금력도 어느 정도 있어 당분간 투자자들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는 경쟁사들과 맞서며 캘리오의 브랜드를 키우는 단계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경쟁사들은 현재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단 미국시장의 중견기업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캘리오의 웹사이트에는 현재 고객이 100개사가 넘는다.

이 씨는 이와 함께 투자자문회사인 ‘오페스어드바이저(Opesadvisor)’도 창업해 캘리오와 함께 운영 중이다.

오페스어드바이저는 ‘준은퇴’ 후 자산관리 회사를 찾았으나 신통치 않아 직접 회사를 만들었다. “보수적인 금융회사 관행에 IT업계에서 배운 ‘혁신’을 가했더니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노후준비를 주식이나 채권투자에 의존하는 단순한 형태가 많지만 이 회사는 구체적인 은퇴설계와 함께 부동산을 포함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종합적으로 자산관리를 해주고 있으며 이 점이 먹히면서 고객이 급증했다는 것.

2005년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24개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 수만 420명에 달한다. 하지만 운용 중인 자산의 규모나 고객 수 등에 대해서는 회사 기밀이라면서 공개하지 않았다. 이 씨는 “여러 기업을 키워내면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등 나름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회사다운 회사를 키워내려니 여전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하지만 창업은 잠을 자지 않아도 힘들지 않고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벅찬 희망을 갖게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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