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이야기] 생선 중 으뜸, 준어

 ▲ 준어

부잣집 머슴들이 아침일을 마치고 점심상 앞에 모여 있는데 마침 주인영감이 식사를 하고 물린 밥상이 나오는데 머슴 한녀석이 구운 준치 한마리가 고스란히 남겨 나오는 것을 보고 덥석 집어 들기에 샘이난 다른 녀석이 “그건 상한 생선이라 영감이 안먹은거야,” 하니 ” 썩어도 준치라 맛만 좋으네,” 하며 먹어 치웠다는 유래가 있다.

준치는 생선중에 가장 맛이 있다 하여 참다운 물고기라는 뜻의 ‘진어(眞魚)’ 라고도 하며 초여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음해 봄에 다시 나타나는 습성 때문에 ‘시어(時魚)’ 라 불리기도 한다.

충남에서는 ‘준어’ 라 부르며 이북 ,평남 지방에서는 ‘왕눈이’ 라고도 부른다. 청어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몸길이는 50cm정도이며 모양은 밴댕이와 비슷하여 납작하다. 한국 서남해와 남일본에서 많이 나며 연안이나 강 어귀등의 얕은곳에 서식하며 염분이 적은 물에서도 잘 견디고 4~7월이 되면 강 하구의 바닥이 모래나 진흙인곳에 산란을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신중동국여지승람’에는 경기도, 평안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여러 지방에서 진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진어는 너무나 맛이 있어 썩어도 제값을 한다는 뜻으로 진어라 쓰며 ‘다른 생선은 모두 가짜이고 오직 준치만이 진짜다’하는 뜻으로 맛은 좋은데 아무때나 맛볼 수 없는 생선이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준치는 시어라 하고 크기는 2~3자이며 몸은 좁고 높다.비늘이 크고 가시가 많으며 등은 푸르다.맛이 좋고 산뜻하다’고 기록하였다. 

윤덕노의 ‘음식이야기’의 글에서 보면 중국에서는 준치의 한 종류인 시어를 팔진미중 하나로 꼽았는데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곰 발바닥, 낙타등, 사슴꼬리, 바다 제비집, 상어 지느러미, 그리고 시어를 꼽았다.

중국의 사대미인은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 인데 시어 (준치) 가 얼마나 맛이 있으면 물속의 서시라 했겠나. 또한 사대 미어도 있는데 생김새가 아닌 맛 기준으로 황허강의 잉어, 이수이강의 방어, 쑹장강의 농어, 그리고 창장강의 시어를 꼽았다.

중국에서는 창장강의 시어를 꼽았지만 우리는 한강의 웅어가 가장 맛이 있다고 했는데 웅어가 바로 준치인 시어 이다.

창장강의 준치인 시어가 얼마나 맛이 있는지 청나라때 살아있는 준치를 황제가 사는 베이징의 쯔진성까지 약 1.300km 가 되는 거리를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려 이틀이내에 준치를 조달했다고 한다. 올라가는 길목마다 수족관을 만들어 놓은 후 낮에는 기를 꼽고 밤에는 불을 피워 위치를 알리며 3000마리의 말과 수천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준치를 운반 했는데 1000여마리를 운송하면 살아 있는 것은 서너마리에 불과 하였다고 한다.

송나라의 문인 유연재는 “죽는 것은 한스럽지 않으나 다섯가지가 한스러워 못죽겟네”라면서 그 다섯가지 중 하나로 준치에 가시가 많은 것을 꼽았을 정도다.

준치 가시에 얽힌 이야기를 보면 “먼 옛날에 준치가 맛이 좋고 가시가 적어 사람들이 준치만 즐겨먹어 멸종 위기에 처하자 용왕이 물고기들과 의논을 한 결과 준치에 가시가 없어 사람들이 준치만 찾아 위기에 처했으니 모든 물고기는 자기의 가시를 한개씩 뽑아 준치의 몸에 꼽아주라 명을 해서 그리 했는데 준치가 너무 아파 도망을 가 쫓아가며 꼽아주다 보니 유독 꼬리에 가시가 더 몰려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옛날의 요리문헌인 ‘규합총서’에는 유난히 많은 준치 가시를 빼는 방법을 적고 있는데 ‘준치를 토막내어 그 조각을 도마 위에 세우고 허리를 꺽어 베나 모시수건으로 두끝을 누르면 가는 뼈가 수건 밖으로 빠져 나올 것이니 낱낱히 뽑으면 된다’고 기록하였다.

전남 화학대학교 김경숙 교수의 웰빙 칼럼에 의하면 “준치의 맛이 좋은 것은 살사이의 많은 가시를 발라 내면서 먹으려니 적은 양을 조금씩 먹을 수 밖에 없게 되며 그래서 혀사이의 미뢰세포에 잘 닿아  맛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이다.”라고 썼다.

민간 요법에서 보면 준치를 찔때 김이서려 떨어지는 기름을 모아 두엇다가 화상에 바르면 즉효가 있다고 한다.

준치는 생선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약 23.6%로 가장 많은 생선 중의 하나이며 지방 함량도 풍부하다, 그외에도 비타민 B 군이 풍부한 우수한 영양식품이다. 준치 만두속은 유명한 음식이며 국, 자반, 찜, 조림, 구이, 회무침으로 먹으며 젓갈을 담가 먹으면 잔가시도 먹는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원래 값어치가 있는 것은 낡거나 헐어도 본래의 값어치를 잃치 않는다는 뜻이다.
권력이나 명예,재물에 치우치면 불행이 닥친다는 상징적 선물로는 준치가 제격인데 맛있다고 아무것이나 먹어대면 가시가 목에 걸린다. 요즘의 정치권에서 줄줄히 검은 돈에 관련된 모습을 보며 생각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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