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역사상 세 번째이자 한인 1.5세로서는 처음으로 미 연방 종신직 판사에 오른 존 리(44, 한국명 이지훈. 사진)씨가 13일(현지시간) 취임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카고 도심의 덕슨 연방법원 25층 제임스 벤튼 파슨스 메모리얼 법정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리 판사를 일리노이 북부지원 판사로 백악관에 추천한 딕 더빈 연방상원의원(일리노이, 민주)을 비롯 리 판사의 가족, 친구, 동료 법조인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취임식은 제임스 홀더맨 판사(66)를 위시한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 선임 판사들이 리 판사를 맞이하는 형식으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독 축사를 통해 리 판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현한 뒤 “리 판사는 맡겨진 임무를 잘 감당하면서 연방 판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 판사는 부인과 두 자녀(딸 14세, 아들 10세)가 배석한 가운데 대만계 에드먼드 챙 판사(41)의 선창을 따라 취임 선서문을 낭독했다.
더빈 의원은 “리 판사는 연방판사로서의 성품과 역량을 갖췄으며 지역사회 봉사에도 열정을 쏟아왔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이어 “단칸방 임대 아파트에서 낯선 언어로 새 삶을 시작했던 리 판사의 개인사는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라면서 “이는 리 판사 개인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미국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리 판사는 캘리포니아 제9 항소법원의 허버트 최(1916-2004, 한국명 최영조) 판사와 캘리포니아 북부지원 루시 고(43. 한국명 고혜란) 판사에 이어 미 연방 종신직 판사에 오른 세번째 한인이지만 최 씨와 고 씨는 각각 하와이와 워싱턴 D.C.에서 출생했다.
리 판사는 이 자리에서 이민 가정의 자녀로 겪었던 애환들을 유쾌하게 털어놓은 뒤 “부모님은 내게 두 가지를 늘 강조하셨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것, 하지만 이민자로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회는 자신이 얻은 기회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선하고 관대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창조된다”며 자신의 성장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리 판사는 작년 7월 더빈 의원이 이끄는 공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11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연방 판사에 지명됐으며 지난 1월 연방상원 법사위원회의 청문회를 거쳐 5월 연방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추천에서부터 취임까지 만 1년이 소요된 셈이다.
파독 광부 이선구(73)씨와 파독 간호사 이화자(69)씨의 아들로 독일에서 태어나 만 3개월 무렵부터 다섯살 때까지 한국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란 리 판사는 이후 시카고에서 성장했다.
하버드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무부 변호사와 검찰총장 특별 보좌관을 지냈으며 이후 시카고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 ‘그리포 앤드 엘든’, ‘프리본 앤드 피터스’ 등에서 반독점, 통상규제,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지난달 4일부터 덕슨 연방법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는 리 판사는 “다음 주 바로 이 법정에서 시민권 선서를 주재하는 것으로 연방판사로서의 첫 공식 임무를 시작한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