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랑 지극’ 사무엘 톰식 목사

▲사무엘 톰식 목사와 고교 동창인 부인 김혜진 사모가 자녀들과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12 Koreaheraldbiz.com
“왜 2세들은 부모님과 같은 교회에 나가기를 꺼려하는 것일까요? 내 교회가 아닌 부모님 교회란 생각이 자꾸 들고 언제나 어린애 취급받는 게 싫기 때문이죠. 이민 1세와 2세가 완전하게 연합하여 한 몸이 되는 교회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미주 한인 이민 교회의 미래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 목사가 있다. 이민 목회를 하는 사역자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이한 것은 그가 한인목사가 아닌 백인이라는 점이다. 사무엘 톰식 목사(라미라다).

지난 18년 동안 방황하는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을 해온 그는 오렌지카운티 지역 교회의 2세들에게는 꽤 유명한 인물이다.

“왜 백인목사가 한국교회에서 한인 청소년 사역을 하냐구요? 모두 하나님이 계획하셨기 때문이죠. 아주 오래 전부터….”

선셋 레인, 팍스주니어, 서니힐 하이스쿨… 풀러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아주 낯익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기억나는 백인친구가 없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 친구가 많았다. 학창시절 베스트 프렌드는 언제나 한국인이었고 그의 첫사랑도,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도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이만하면 1994년 그가 첫 목회지로 한국교회를 선택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그의 목회는 많은 사람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한인교회 중고등부과 청년부에서 교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반듯한 영어사역을 해주기를 바랐던 그가 교회 밖, 그것도 소위 문제아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갱이 되려는 아이, 마약과 알코올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하나 둘 교회로 인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이 교회에 보이자 교인들은 불안해하며 자신의 아이들을 걱정했다.

“그분들에게는 당연한 걱정이었다. 환경이 다른 아이들도 서로 섞일 수 없었다. 하나님 앞에 그 문제를 놓고 기도했고 대답은 떠나라는 것이었다”

편안하고 폼 나게 목회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내려놓고 1998년 톰식 목사는 본격적으로 한인청소년의 위한 ‘Step off Ministry’ 사역을 시작했다.
 
갱들이 있는 뒷골목, 마약거래가 오고 가는 술집이나 클럽, 당구장 등지로 방황하는 영혼들을 찾아나서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미쳤다고 혹은 용감하다 했다.그들을 교회로 인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 교회에 한번 나왔다가도 몇 달씩 눈에 안보이기 일쑤였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것인지,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지 의심스럽고 회의가 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 갱단원이 교회를 찾아왔다. 술집 등지에서 몇 번 만났던 청년이었는데 교회에 나오고 싶다고 했다. 그는 2주 만에 하나님을 영접하고 새 삶을 시작했다”

‘Step off’사역을 시작한 지 어느덧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7세였던 아이들은 자라서 이제 아내와 아이들을 둔 30대의 어엿한 가장들이 됐다. 현재 열 가정에서 스물 다섯 명 가량의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긴 세월을 함께 가족같이 지내오는 동안 톰식 목사의 사역은 청소년에서 청년, 청년에서 2세 가정사역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14년 전 하나님이 한인 청소년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주셨던 것같이 이제는 한인 2세, 3세 가정에 대한 마음을 주신다. 교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민 1세들과 이제 30, 40대에 접어든 2세들이 함께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워야 한다”

그는 이어서 교회 안 세대들 간의 화합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바로 ‘가족의 화합’이라고 강조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 그 다음은 아내와 아이들이다. 내 일(사역)이 가족보다 앞설 수는 없다. 성도도 마찬가지다. 교회에 대한 ‘열심’이 가족간의 분열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톰식 목사의 가족사랑은 유별나다. 지금은 그의 아내가 된 첫사랑 김혜진 사모와의 러브스토리도, 첫 아들 이든(8)에 이어 가슴으로 낳은 두 아이 케이라(4), 앤드류(11)와의 만남도 모두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합력하여 만드신 선(롬 8:28)’이기 때문이다.

서니힐 고등학교 시절 김혜진 사모는 같은 반 남학생이었던 톰식 목사의 3년 간에 걸친 데이트 신청을 번번이 거절한 쌀쌀맞은 여학생이었다.

“졸업하고 8년이나 잊고 지냈었는데 어느날 그녀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낭패였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몰랐다(웃음)”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KIM’에게 전화를 걸어 ‘서니힐 나온 김혜진’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였고 더 기가 막힌 것은 결국 그녀를 찾아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두 사람에게 아기를 잃는 엄청난 슬픔도 감당하게 하셨다. 첫 아들 ‘이든’에 이어 얻은 딸이 태어난 지 5분만에 숨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후 또 다른 아이들을 두 사람에게 보내셨다.
 
한국에서 입양한 딸 케이라(4)와 2년 전 중국에서 입양한 아들 앤드류(11)다. 핸드폰 안에 소중하게 저장되어 있는 아내와 아이들 사진들을 볼 때마다 톰식목사는 하나님이 하신 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인생을 주관하여 오신 하나님이 그때그때 너무나 완벽하게 일하셨기 때문이다.

“계획이요? 나에게는 계획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저는 순종할 것이기 때문에 제 생각과 제 계획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지난 7월 29일부터 톰식목사는 부에나 팍에 위치한 하나교회(담임목사 박종기)에서 3부 영어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번듯한 예배당 하나 없이 보낸 14년 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이제 또 다른 시작점에 있는 것이다.
 
‘Step off Ministry’가족들과 하나교회 청년들, 영어권 가정이 모두 하나가 되어 드리는 뜨거운 찬양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꿈꾸는 ‘화합’이 무엇인지 알 듯 하다. 그 또한 하나님이 이루실 것이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하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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