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은행 영업서비스 원칙과 관행

▲성제환/취재팀장

최근 한인은행권은 경기회복세에 발맞춰 영업력을 키워 수익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모 한인은행 다운타운 지점장의 보직이 변경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좌천이었다.
 
은행측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은행권과 사건 발생 지역인 LA다운타운 의류업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고객의 입출금과 관련된 규정 위반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VIP급 고객이 몇십만달러를 입금하는 과정에서 은행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지점장을 불러 입금액을 가져가게 했다가 문제가 된 것이었다. 이러한 고객 서비스 관행 때문에 해당 지점장이 보직 해임되는 ‘징계’를 받자 현장 영업사이드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은행측은 무조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돈을 은행 직원이 운반하면 그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실 및 도난에 대한 책임을 직원이 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객 서비스는 절대 하지말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 은행 간부는 “지속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문제 발생시 은행이 부담해야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감독국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영업및 고객 서비스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는 지점장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규정을 몰라서 안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할수 없이 ‘서비스차원’에서 심부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한인은행 지점장은 “만일 은행 규정이라며 거절할 경우에 다른 은행 지점에서는 해주는데 왜 여기는 하지 않느냐며 불평하고 어카운트를 타 은행으로 바꾸는 경우도 생긴다”며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규정위반을 감수하면서라도 그같은 서비스 관행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점장들은 “만일 그같은 서비스 관행을 규정을 앞세워 거절했다가 VIP급의 큰 고객을 잃게 되면 은행 본점에서는 왜 고객을 잃었느냐며 지점장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고, 그 탓에 실적이 떨어진다고 또 추궁할 게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한 지점장은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고객에게 무작정 규정을 어기면서 서비스하는 것도 아니고 신뢰가 쌓인 일부 우량고객들을 대상으로 관리차원에서 그같은 편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을 유지하려는 지점장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규정만 앞세워 책임을 묻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LA다운타운같은 지역은 한인은행들의 지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 만큼 경쟁이 심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조금만 불편하면 거래은행을 바꿔버릴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은행측의 원칙적인 입장과 일선 현장의 관행을 무시할 수 없는 영업책임자의 고충을 두루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규정은 관행보다 우선할 수 밖에 없다.
 
관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규정이 생기는 ‘룰의 취지와 생성원리’를 감안해야 한다.  결국 고객을 설득하는 수 밖에 없다. 엄연한 규정을 어기면서 관행을 앞세우기 보다 고객에게 최악의 상황을 예로 들어가면서 규정에 맞는 서비스를 받아들이도록 해야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실적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으로 평가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은행본점에서도 영업력의 척도를 결과 중심의 실적만으로 따질 게 아니라 규정준수 부문에 보다 무게를 두는 쪽으로 고과평가의 ‘관행’을 바꿔야 할 것이다.

성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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