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은행들은 한동안 일제히 금융감독 당국의 행정제재에 묶여 있었다. 지난해 BBCN뱅크로 합병한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감독국 제재에서 풀려난 데 이어 올해는 오픈뱅크와 윌셔은행이 차례로 행정제재에서 탈출했다.
나스닥 상장은행 중에서는 한미은행만이 아직 행정제재(MOU) 상태로 남아 있다. 한미는 최근 감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감사 결과가 과연 MOU 해제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일부에서는 한미에 대한 제재 수위가 생존을 위한 증자명령같은 최후통첩격인 ‘파이널오더’에서 MOU로 완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감사결과로 행정제재에서 풀려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MOU탈출을 목표로 감사준비를 철저하고 특별하게 치렀다는 한미은행측이고보면 적지 않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감사를 마친 이후 분위기도 상당히 좋은 편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은행의 MOU 탈출 여부가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앞으로 한미의 행보에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수합병(M&A) 추진 여부이다. MOU 상태에서는 감독국이 은행의 팽창과 성장에 대해 상당히 까다롭다. 따라서 추진 자체도 어렵고 승인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한미의 경우 어려운 시기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M&A에 대해서는 문을 닫은 상황은 아니다. 언제든지 은행의 생존과 성장전략에 맞다고 판단되면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MOU가 풀리면 무엇보다 M&A 추진에 한껏 박차를 가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MOU에서 풀려나게 되면 M&A자체가 보류될 가능성을 점치는 측도 있다. 설사 M&A를 추진한다 해도 그동안 한미가 흡수 당하는 처지였던 상황에서 한결 대등한 조건의 합병 당사자가 되거나 도리어 인수하는 입장에 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한미가 독자적인 운영방침을 유지하면서 여유 있는 상황을 조성한 다음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미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M&A를 추진하느냐,독자적인 존립 노선을 택하느냐 중 어떤 쪽으로 방향키를 설정하든간에 MOU 탈출이 한미의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눈길을 끈다. MOU하에서는 CEO(행장)를 비롯,고위 경영진을 교체할 경우 새 경영진에 대해 감독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인은행권에서 고를 만한 행장후보들 가운데서 감독국의 승인을 쉽게 받아낼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몇달전부터 현 유재승 행장이 내년 임기만료 전 교체될 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가 유야무야되고 있는 상황은 그같은 ‘승인 가능 후보’를 찾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만일 이번 감사 결과가 좋아 한미가 MOU에서 벗어나면 감독국 승인 절차 없이 경영진 교체를 단행할 수 있는 탄력적인 환경을 만들게 된다.
한미뱅콥 이사진이 은행의 쇄신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경영진 교체에 나선 다음 그에 따른 자신감을 앞세워 독자적인 생존및 성장전략을 갖출 경우 M&A전략은 전혀 새로운 밑그림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
BBCN 뱅크라는 최대은행이 탄생하면서 이제 한인은행권에서는 규모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아젠다가 설정됐다. 한미로서도 몸집불리기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M&A의 필요성은 제거할 수 없는 옵션이다. 현 경영진 체제가 그토록 막중한 M&A전략을 이끌만한 역량을 갖췄다면 몰라도 한미뱅콥 이사진이 그렇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 한미가 MOU에서 벗어나는 순간 한인은행권은 BBCN뱅크의 등장에 못지 않은 지각변동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행장급 인재의 이동과 인수합병의 소용돌이가 한꺼번에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성제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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