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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사랑을 이렇게 받고 있어서…. 그게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 때 외에는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고 싶어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보이는 곳에 있으면 ‘극적 효과’가 덜 하니 대기실에 ‘숨어 있으라’고 해도 자꾸 얼굴을 내밀려고 했다.
“저를 보러 오신 분들이니까 소통을 해야죠”
그는 유난히 ‘소통’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랬다. 최성봉씨는 세상과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지난해 오디션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에 처음 나왔을 때에 비해 한결 두툼해진 볼 살이 미어지도록 잘 웃는 최씨의 몸짓과 말투 하나 하나가 모두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인 듯했다.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매를 못견뎌 5살때 홀로 거리로 뛰쳐 나갔던 그였다. 지난 20일 저녁 ‘위스파’에서 미니콘서트를 갖는 동안 그에게 처음 성악을 가르쳐준 스승 박정소씨는 그의 어린 시절을 언급하다가 앞에 서서 물끄러미 쳐다보던 서너살난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성봉이가 꼭 이만한 나이에 구타를 피해 고아원을 탈출했던 거지요. 여러분 상상이 가십니까.”
위스파에 모인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 거렸다. 5살 남자아이가 취객에게 얻어 맞으며 껌을 팔고 다니는 모습이 여간해서 믿기지 않았지만 구김살 없이 찜질방에서 뛰노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대비시키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실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순간 심사위원이던 배우 송윤아, 음악감독 박칼린, 영화감독 장 진의 얼굴과 자세가 순식간에 달라졌고,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올랐던 장면을 기억해보라.
자기 소개를 하는 동안 “공중 화장실에서 잠 자고 얻어 맞으면서 껌팔고…벌레처럼 살았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는데 낮은 음의 테너 보이스는 그의 험악했던 성장기를 한순간에 반전시켰다.
그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송윤아가 입을 막으며 울고, 박칼린의 눈자위가 웃음기와 눈물자국으로 뒤덮이고, 장 진감독은 안경을 고쳐쓰며 헛기침만 해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부모에게 버려지고, 친척도 친구도 없는 고립무원의 천애고아가 살아온 스무해 넘는 삶과 ‘넬라 판타지아’를 뽑아내는 천상의 울림같은 목소리…. 도대체 그 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기에 그의 동영상을 클릭할 때마다 우리들 가슴이 미어지는 것일까.
아직은 설 익고 서투르기만 한 그의 성악을 듣고자 미국인 찰리 레스터씨 부부는 왜 라스베가스에서 5시간이나 차를 몰고 달려왔을까. 깨알같은 글자가 가득 담긴 편지와 몇장의 달러를 담은 봉투를 들고 온 UCLA 여학생이 그를 직접 만난 순간 “오마이 갓!”을 외치며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 것은 또 무엇때문이었을까.
아직은 설 익고 서투르기만 한 그의 성악을 듣고자 미국인 찰리 레스터씨 부부는 왜 라스베가스에서 5시간이나 차를 몰고 달려왔을까. 깨알같은 글자가 가득 담긴 편지와 몇장의 달러를 담은 봉투를 들고 온 UCLA 여학생이 그를 직접 만난 순간 “오마이 갓!”을 외치며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 것은 또 무엇때문이었을까.
LA를 찾아온 최씨는 위스파와 노블카페에서 가진 두차례의 미니콘서트에서 그 답을 알게 해줬다.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혼자 걸어온 인생이 대견하고, 고맙고, 그래서 5천만번에 가까운 유튜브 동영상 클릭수 만큼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인생역전에 박수치게 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 감정의 가장 기초적인 것, 인지상정(人之常情)이 발동했기 때문이리라.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혼자 걸어온 인생이 대견하고, 고맙고, 그래서 5천만번에 가까운 유튜브 동영상 클릭수 만큼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인생역전에 박수치게 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 감정의 가장 기초적인 것, 인지상정(人之常情)이 발동했기 때문이리라.
’사람의 정(人情)’에 워낙 굶주렸던 최씨이기에 가는 곳마다 그를 둘러싸는 세상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맛 있겠는가. ‘절망의 끝에서 시작이야’라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 제목이 가슴을 후벼파는 것은 지난 10여개월 동안 치러온 최씨의 ‘소통’ 파워가 그만큼 강력해졌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황덕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