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한국의 대표 기업이 보유한 현금자산 규모는 780억 달러(약 8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미국의 법률회사 호건라벨스가 금융 업종을 제외한 세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에 쓰지 않은 현금자산 보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한국은 이 부문 국가별 순위에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2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소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 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세계 500대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 둔 현금자산 총액은 4조 달러(약 4천45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조814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으며, 일본(5730억 달러), 독일(2590억 달러), 프랑스(2280억 달러), 영국(1470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홍콩과 중국의 대표 기업 보유 현금자산은 각각 1천120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한국은 스위스(830억 달러)에 이어 9위에 올랐다.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꺼리게 하는 법적 장애 요인으로 ‘금융 규제(44%)’와 ‘노동법 제약(44%)’을 으뜸으로 꼽았다. 이 밖에 ‘독점 규제법(38%)’, ‘무역장벽(30%)’, ‘외국기업 투자제한(28%)’ 등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기업들은 법률적 장애 요인 외에도 ‘불확실한 경제전망’, ‘정치 불안’, ‘투자 기회 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을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로 들었다.
호건라벨스의 앤드루 피어슨 기업담당 이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 투자는 물론 주주 배당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쌓아둔 현금이 조만간 투자처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