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은행, 홀로서기부터 하라

새한은행, 홀로서기부터 하라

인수합병(M&A) 무산이라는 악재를 겪고 새 도약을 다짐한 새한은행이 올해 후반기에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미 치열해진 대출시장에서 새한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지는 앞으로의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은행권이 지켜보고 있다.

새한은행은 지난 2009년 큰 시련을 겪었다. 문을 닫기 직전까지 갔다가 회생했다. 당시 새한의 회생은 한인사회의 자금력과 응집력을 보여줬다며 주류언론들도 놀랄 정도였다. 이사회도 평화적(?)으로 교체되면서 한인은행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새한은 이후 김동일 행장을 영입하면서 독자생존 행보를 이어갔고 어려움 속에서도 대대적인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성장을 위한 기반다지기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2011년부터는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 이후 서서히 안정된 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올해 초에는 M&A 바람이 불었다. 새한은 지난 2월 한국의 하나금융과 인수및 투자 관련 MOU를 맺었다. 하지만 두달만에 없던 일로 무산됐다. 그리고 새한은 다시 BBCN뱅크와 M&A 논의를 했다.하지만 이 또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은행 전체가 인수되는 건인 만큼 내부 동요도 많았다. 실제로 적지 않은 직원들이 은행을 떠났다. 올해 모처럼 대출을 늘리고 영업력을 키우려던 새한은 인수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면서 내부적으로 흔들려 동력이 저하됐다. 이사진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게 나왔다. 새한은 지난 8월 이사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김일영 이사를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고 부이사장에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캐롤라인 최씨를 뽑았다. ‘신구 세대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새한은 우선적으로 부실자산 정리에 따라 크게 떨어진 대출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른 경쟁은행들은 이미 대출시장에서 한발 앞서 나가 서로 우량고객 및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 새한이 쉽게 대출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출 관련 책임자인 현 CCO(Chief Credit Officer)도 너무나 원칙적이고 전통적인 심사를 고집, 대출을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인은행과 한인고객, 그리고 그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우선된 뒤에 이를 대출 결정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새한은행의 한 내부관계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대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 융통성이 필요하고 방법은 있다고 본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으로 대출영업의 한계를 짐작하게 한다.

새한의 현재 상황은 2009년과 같이 벼랑 끝에 몰린 모습은 아니다. 올해도 흑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과 수익성및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올해가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새한 은행의 한 고위간부는 “인수 추진 상황에서 경영진은 새 전략을 수립하기가 힘들었고 그만큼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한 것을 경영진 탓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존폐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난 뒤에도 인수합병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면서 직원과 고객,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틈을 만들지 못한 새한은행의 고민은 경영진에게 힘을 더 심어줌으로써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독자생존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인수합병 보다 우선일 것이라는 말이다.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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