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윌셔은행(행장 유재환)이 금융감독국의 행정제재(MOU)에서 벗어난 데 이어 윌셔은행의 지주사인 윌셔뱅콥(나스닥심볼 WIBC)도 MOU에서 벗어나면서 윌셔뱅콥의 최대지분을 가진 고석화 이사장이 은행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윌셔뱅콥은 지난달 26일자로 연방금융감독당국인 FRB로부터 MOU를 해제받았다고 4일 밝혔다. 윌셔는 금융위기로 인한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지난 2011년 6월29일 FRB로부터 MOU를 받았다가 1년4개월여만에 제재에서 풀려났다. 이에 앞서 윌셔은행은 지난 5월18일자로 지난해 5월 6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캘리포니아주 금융감독국(DFI)로부터 받았던 MOU에서 빠져나온 바 있다.
윌셔는 연방 구제기금인 TARP자금도 모두 상환했고 올 주주총회를 통해 최대 발행 가능 주식수를 8천만주에서 2억주까지 늘려놓았다. 인수합병(M&A)을 위한 증자 가능성을 두고 준비한 조치였다. 바야흐로 운영 및 성장 전략을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된 장애물이 모두 제거된 윌셔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M&A쪽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얼마전 세계적인 경제권위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윌셔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그만큼 한인은행권의 움직임은 메인스트림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다.
윌셔가 M&A를 추진하면 규모가 작은 은행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BBCN이나 한미은행을 상대로 합병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BBCN뱅크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 외형 자산규모를 키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여기서 최대의 관건은 윌셔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지닌 고석화 이사장의 결단 여부다.
윌셔가 비슷한 규모의 한미나 기타 상대와 합병하게 되면 고 이사장의 지분율과 그에 따른 영향력은 감소될 수 밖에 없다. 이 점 때문에 윌셔의 성장전략 가운데서 M&A를 통한 외형적 규모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대주주의 위상 때문에 윌셔가 규모의 경쟁을 포기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한 군소은행 인수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경쟁력 측면에서 대형화된 BBCN 등과 겨루기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권의 한 분석가는 “은행의 장래와 미래가치,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대의명분을 생각하면 마땅히 대주주의 지분 등 그 위상을 희생하고서라도 합병에 나서는 게 마땅하겠지만 고 이사장 개인의 권한이 어느 정도까지 확보돼야 할 것인지, 합병 이후의 지분 조정은 또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림그리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의 구상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궁금한 이유다.
성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