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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갑자기 물러난 비크람 판디트(55)는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사실상 쫓겨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전날 사임을 발표한 이후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CEO를 그만두기로 한 것은 나 자신의 결정”이라고 밝힌 판디트의 해명과 달리 해고됐다는 의미다.
WSJ는 씨티그룹의 고위 임원 등을 인용해 판디트가 경영 전략 및 실적과 관련해 이사회와 갈등을 빚어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올해 판디트가 몇 가지 경영 실책을 범하면서 이사회 내부에서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경영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판디트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씨티그룹이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월에는 씨티그룹 주주 총회에서 55%의 주주가 판디트 등 임원들의 보수 인상안에 반대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9월에는 씨티그룹이 과거 인수했던 스미스바니증권을 모건스탠리에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평가손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판디트가 2007년 12월 CEO로 취임한 이후 씨티그룹의 주가가 89% 하락했다는 점도 사임 압력으로 작용했다.
금융위기 등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에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일련의 실책과 실적 저하 때문에 CEO로서의 능력에 대한 이사회의 의구심을 키워 판디트가 낙마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판디트의 사임 소식을 전하면서 씨티그룹 이사회 내부에서 판디트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한편, 판디트는 사임을 발표한 전날인 경제전문방송인 CNBC와 인터뷰에서 “불화가 있었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임은 자신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