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의류 핵심 도매상권

더 높아진 의류 핵심 도매상권

암암리에 거래되는 키머니 이미 호황기 수준 상회

내년에도 경기 전망 ‘흐름’

갈수록 자리 싸움 치열 할 듯

“경기는 최악인데, 렌트할 자리 조차 나지 않네요”

장기화된 경기 침체기와 반비례 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의류 도매상권 중심지역에 대한 업주들의 푸념이 늘고 있다.

한인 의류업계는 올 초부터 이른바 ‘목 좋은’ 상권에 매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소리가 종종 들리고 있어 실상을 드려다 보았다.

여성복 의류 도매업자 박 모씨는 올해에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의류도매 상권 중심지인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 입주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이 일에 종사해 오며 번번히 중심지 진출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높은 렌트비와 상상을 초월하는 키머니는 넘기 힘든 산이었다.

박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2년 전 받은 좌절감 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 처럼 LA다운타운 의류 도매상가 편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일부 ‘목 좋은’ 상권에 입주하기 위해 지불하는 렌트비와 키머니가 1년 전에 비해 최대 20%이상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들 상권을 제외한 비교적 외곽 지역의 상가들은 공공연하게 거래되던 키머니가 사라진지 오래며, 일부는 렌트비 인하를 비롯한 다양한 유치 전략을 펼쳐도 공실율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LA 다운타운 의류도매상권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은 샌페드로 스트릿 9가부터 남쪽으로는 12가까지, 동쪽으로는 스탠포드로 이어지는 15블럭에 위치한 800~900여개에 달하는 쇼룸들을 말한다.

이 상권은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2008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키머니가 2010년 슬그머니 부활하더니 그후 2년간 렌트비와 키머니 모두 20% 안팎의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크게 오른 렌트비와 키머니를 준비해도 기존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 역시 목 좋은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큰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있어 막상 리스 매물 자체가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이른바 가장 ‘핫’한 곳에 위치해 가장 높은 렌트비와 키머니를 형성하고 있는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는 지난해 3월 이전까지 전체 300개 쇼룸중 15%내외의 쇼룸이 매년 새로운 입주자를 받아 왔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5%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달에 고작 한곳 정도만 새로운 입주자에게 문이 열리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렌트비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 상가의 현재 렌트비 수준은 1층의 경우 자리와 면적에 따라 매월 6000달러에서 많게는 3만달러에 달하는 곳도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다소 금액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3년간의 계약 기간 동안 매달 5000달러에서 1만2000달러를 내야한다.

높아진 문턱 탓에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키머니 역시 한껏 몸값을 올렸다.

키머니가 극성을 부리던 경기침체기 이전인 2007년 상반기에만 해도 20만달러 수준이였으나 현재는 렌트비 대비 10배에 달하는 30만달러까지 오른 곳도 있다.

이 지역 한 업주는 “전체적인 경기 상황과 맞물려 의류 판매 역시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이 지역을 찾는 바이어은 아무래도 좋은 물건들이 많은 상가와 그 주변 지역만 도보로 이동하며 물건을 구매하고 떠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 속에서는 일부 중심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의 해소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키머니란?]

‘Key-Money’ 말 그대로 문을 여는 열쇠를 받기 위해 쓰여지는 돈을 말한다.

LA다운타운 의류 도매 상권에서 한인들의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을 전후 해 당시 중심 상권의 소유주들을 상대로 목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한인들이 렌트비 이외에 지급해 온 이른 바 ‘뒷 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3년간의 리스 계약시마다 건물주에게 지급하고 되돌려 받을 수는 없는 키머니는 지난 2002년 1월1일부터 캘리포니아 주법 ‘AB 533′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경기침체로 일부 중심 상권의 쏠림 현상이 심화돼 현재는 과거 전성기 보다 더 높은 금액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경준 기자

사진설명

LA다운타운 의류 도매상권의 편중 현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가장 높은 렌트비와 키머니 수준 속에서도 공실율이 크게 낮아져 입주 조차 쉽지 않은 LA다운타운 최대 의류 도매 상가인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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