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한인 의류업체의 눈물 나게 치열한 경쟁기

이슈포커스-급증한 한인 의류업체의 눈물 나게 치열한 경쟁기

남가주 지역 한인 경제계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LA다운타운 한인 의류업체 수가 5년새 두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경제 호황기에 이런 증가세는 관련 한인 업계의 외형 확장이라는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은 대공황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줄어든 파이를 두배나 많은 업체들이 나눠 먹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1447개에 달하는 의류업체에 신발, 가방, 악세사리, 벨트 등 옷과 관련된 잡화 업체까지 더하면 1600개에 육박한다.

한인 경제계에서 가장 큰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의류업계. 하지만 그 곳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의외로 저항력은 약해 보인다.

각 업체들이 취급하는 품목별 분류를 보면 ‘Women contemporary’, ‘Women junior’, ‘Women young contemporary’ 등 유행에 민감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여성을 주 공략대상으로 하는 제품에 대한 비중이 전체에 60%인 862곳에 달한다.

반면 남성복은 전체에 10% 수준인 150개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수영복과 스포츠의류 제품 생산 업체는 각각 6곳과 28곳에 불과 했다.

2년전에도 489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던 이른바 주니어 라인 업체들은 2년새 373곳이나 늘었다. 반면 경기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전체 의류 소비 수준은 갈수록 줄고 있어 자연스례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등 주요 생산지의 단가 인상과 원사 및 원단의 꾸준한 가격 인상으로 판매 마진은 갈수록 박해지고 있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생산 및 공급하는 업체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판매 할 수 있는 미국 내 유통 채널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한인 업체들이 가장 쉽게 택하는 영업 전략(?)은 납품 단가 인하다.

이로 인해 제품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은 낮아지고 있으며 디자인이나 소재 및 부자재의 특색을 살린 제품 역시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10년째 주니어라인을 생산하는 업주 장모씨는 “300개 내외의 업체수가 유지되던 2007년 이전에는 물론 당시에도 업체간 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 30%의 마진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녹치 않다고 덧붙였다.

장 씨는 “최소 12달러에 납품하던 여성 상의 한벌이 10달러 이하로 떨어진지 이미 오래됐다. 여기에 최근 1~2년 사이에는 생산 업체들의 납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일부 대형 소매 체인 업체들의 경우 8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들어 중국에서 대형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의 LA진출을 늘리고 있어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샌페드 홀세일 마트에 입주해 있는 한 업주는 “이곳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은 디자이너를 비롯한 별도의 제품 기획을 위한 인력없이 전세계에서 주문 받아 만들어진 옷들을 추가로 생산해 이를 조금 낮은 가격에 유통 시키고 있어 가격 경쟁 자체가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인의류협회 크리스토퍼 김 회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생산 환경속에서 대형 의류 체인 업체들이 요구하는 가격대의 주니어 라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조만간 한계를 맞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소재와 가격대의 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사진

LA다운타운 의류 도매 상권의 한산한 모습. 5년새 두배 가까이 급증한 한인 업체수에 비해 판매처는 제한돼 있어 과도한 경쟁으로 시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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