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화된 세대별 소비 성향 파악
과당경쟁 자제, 틈새시장 개척
세대별 차별화된 전략 수립 절실
900개에 가까운 주니어라인 생산 업체들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LA다운타운 의류도매상권. 오늘도 눈물 날 정도로 치열한 가격 경쟁의 틀 속으로 스스로를 가둬 버린 업주들의 한숨 소리가 높아만 지고 있다.
이처럼 주니어라인 집중화 현상에 대해 일부 원로들은 “남이 잘 된다면 무조건 따라한다”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함께 망하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소비 중심인 Y세대 제대로 보기 = 현재와 같은 과당 경쟁과 갈수록 줄어드는 마진폭으로 업주들이 시름하기 시작한 때는 부동산 침체로 시작돼 금융위기와 장기 불황이라는 연쇄 작용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2007년 하반기 부터였다.
당시도 그렇고 현재도 가장 큰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세대는 1978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나 미 전역에 산재한 6500만여명에 달하는 ‘Y세대’다.
2차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식들로 분류되는 이들 세대는 교육 수준이 높고 고도 경제 성장기의 혜택으로 과거에 비해 경제력을 갖춘 부모들의 덕으로 소비와 유행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더욱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IT버블에 따른 주식 가치 급등과 이후 4~5년간 지속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중심 세대 역시 이들의 부모들이였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 되고 부모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빚으로 변해가고 부동산 역시 가치 하락을 넘어 차압에 까지 이르는 상황에 놓이게 돼 소비는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실제 미국 코튼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월평균 86달러 어치의 의류를 구매하던 Y세대의 소비 성향이 5년후인 지난해 56달러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 Y세대 나눠보기 = Y세대가 의류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이다. 이후 침체기 없이 2000년대 중반까지 유행을 선도하며 의류 소비의 중심을 이뤄왔다.
이 시기를 누린 1978년~1980년 초반에 태어난 소비자들은 이미 주니어라인의 소비자가 아닌 셈이다.
대신 이 자리엔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새로운 소비자들로 대체됐고 이들의 소비력은 10여년 앞서 20대를 즐겼던 1기 Y세대들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낮아진 상황이다.
2기 Y세대 부모들의 대부분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끝자락에 태어나 앞서 태어난 같은 세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나 부를 축적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또한 최악의 부동산 폭락과 그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장기간의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실직이나 운영하는 사업체의 문을 닫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이들은 불황이 시작된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들로 접어들기 시작해 높은 실업률과 학비 증가에 따른 많은 대출액으로 인한 부채 증가로 구매력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 크게 약화된 상태다.
▶ 세대별 시장 유연하게 대처해야 = 여전히 가장 큰 소비집단인 Y세대. 이들 중 현재 주니어라인의 주 소비층인 20대 초반 전후의 나이대인 2기 Y세대에 과도하게 집중된 한인 의류업계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우선 10여년전 나름 풍요로운 시기를 보낸 1기 Y세대를 주목해 보자. 현재 이들은 대부분 30대의 나이로 직장 생활을 하며 과거처럼 부모들이 주는 용돈에 의지해 옷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결국 자신이 번 돈을 가지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과거처럼 값 싸고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패션 제품 보다는 본인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면서 남들과 다른 제품을 찾는 이른바 ‘가치 구매’를 즐기는 편이다.
2기 Y세대는 5년새 다소 낮아진 경제력으로 인해 과거처럼 오프라인 매장 보다는 온라인 구매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10여년전 소비 중심이였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와 X세대(1965~1977년생)들에 대한 소비 성향 파악 역시 현재와 같은 과도한 경쟁 체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작용 할 전망이다.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차기회장은 “주니어라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주들 스스로 다양한 세대별 소비 성향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갈수록 세분화 되는 세대와 소비 계층별 생산 방식 및 판매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사진
LA다운타운 의류 도매상권에 위치한 한인업체를 찾은 고객들이 의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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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소비 성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