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미국 건설업까지 ‘군침’

중국자본이 이제는 미 주택 시장의 기본 구조마저 바꿀 기세다.

최근 수년간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 주택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중국 자본이 이제는 건설 업계 장악에 나서고 있다.

중국개발은행(이하 CDB)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대형 주택 개발 사업 2건에 총 17억달러라는 엄청난 자본 투자를 결정했다. 단 이런 엄청난 통큰 투자에는 한가지 조건이 걸려 있다. 바로 중국의 국영 건설회사를 사업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통큰 투자는 중국이 전세계 개발 도상국에 진출할 당시를 연상시킨다. 중국은 이미 수년전부터 CDB와 중국수출입은행 등 국가적 차원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각국 대형개발 공사에 통큰 투자를 하면서 중국 업체의 현지 프로젝트 참여를 조건으로 내걸 었고 이는 중국 업체의 빠른 현지 적응과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투자 규모도 대단한데 CDB는 2010년 베네수엘라에 200억달러를 대출했고 2009년에도 러시아석유 생산업체 로즈네프트와 러시아 파이프라인 업체 트랜스네프트 250억달러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당연히 국영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은행들이 여전히 대규모 장기 대출을 꺼리고 있는데 반해 자신들은 대규모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금 조달력이 있음을 강조하며 적극적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부동산 업계 소식통들은 미국 최대 건설업체 중 하나인 레나가 CDB의 자금으로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사이에 위치한 트레저 아일랜드와 인근 헌터스 포인트 쉽야드 지역에 원형 경기장 1개와 오피스 빌딩 그리고 총 2만 가구의 주택이 들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레나는 중국측의 자금 지원의 댓가로 중국의 국영 건설사 한 곳을 프로젝트 파트너로 영입해야 하는데 그간 레나와 중국철도공사(이하 CRCC)가 수차례 회동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CRCC의 참여가 유력한 상황이다. 단 CRCC가 하청업자가 될지 혹은 자재 공급 등을 담당하는 벤더가 될 지는 아직 미정이다.

홍콩과 상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CRCC는 인민해방군 철도공사로 출범해, 지금은 중국 전역을 관통하는 철도망의 주요 건설업체로 부상했다. 최근 해외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늘리고 있는데 얼마전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마테오에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북가주 일대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타진 중이며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잇는 고속철 공사 참여도 노리고 있다.

레나는 헌터스 포인트 공사를 우선 진행할 예정이며 트레저 아일랜드 공사는 미 해군으로 부터 소유권을 이양 받는 2013년 말부터 추진할 예정인데 현재 대출금 상환 방법에 대한 최종 절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측은 대출금 일괄 지급 대신 조속한 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레나 측은 향후 20년 동안의 단계별 건설 계획을 통한 분할 상환을 요청 중이다.

이렇듯 중국 자본의 거침 없는 침공이 계속되자 미 건설업계들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제조업연맹 등은 중국업체의 프로젝트 참여가 늘고 미 현지가 아닌 중국에서 공급업자를 조달할 경우 미 시장은 중국 자본에 취약해 진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국 기업은 올해들어 미국에 지난 9월까지 무려 63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투자했다. 지난해 45억달러 대비 크게 증가한 것일 뿐 아니라 국영 기업의 투자 규모도 26억 7000만달러까지 늘었다. 그만큼 중국의 시장 장악 요구도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지난 3년간 투자 총액으로도 92억 5000만달러로 전세계 국가중 대미 투자 부분 단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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