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면 항상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이 그리워진다.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달려가는 증기 기관차. 귀가 찢어질 듯한 경적을 울리며, 눈 인지 구름인지 모를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어둠을 헤치는 열차의 한 장면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산악 지역을 제외하고 눈과는 거리가 먼 남가주에서 이런 느낌은 아마 달력이나 엽서를 통해서나 볼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남가주에서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비록 주변으로 새하얀 설원은 아니지만, 남가주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달리는 증기 기관차를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아마도 성탄절을 시작으로 송년과 신년맞이 시즌에 찾아갈만한 곳 중 가장 이색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장소라 여겨진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서북 방향으로 약5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필모어(Fillmore)라는 도시에는 필모어앤웨스턴 레일웨이 컴파니가 자리해 있다. 그곳에 가면 역사적인 기차역과 더불어 증기 기관차를 직접 타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숨어있다. 노스 프리웨이 5번을 타고 산타클라리타를 지나 126번 국도로 갈아타고 달려나가다 보면 산타클라라 에비뉴를 만난다. 조금 더 지나 센트럴 애비뉴에서 좌회전을 하면 올드타운 필모어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을 보면 드디어 필모어 기차역이 눈에 들어온다. 로스앤젤레스에서 1시간 정도. 찾아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
이곳의 첫인상은 마치 기차 박물관과도 같다. 저 멀리 나무숲 사이로 들어오는 증기 기관차의 심장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기 시작한다. 추위에 코끝이 빨갛게 된 기관사가 손을 흔들고 열차가 멈추자 사람들이 모두 해피뉴이어를 외친다. 눈도 안 내리는 곳인데, 설원을 뚫고 달려온 듯한 분장 덕분에 한겨울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
이곳은 정말 다양한 테마를 지닌 기차상품을 고를 수 있다. 이벤트의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 얼마전에는 열차 영화 카페가 문을 열고 연인들과 가족들을 반기고 있다. 이벤트를 미리 예약하고 오지 못한 실수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
시즌 이벤트도 즐겁지만 평상시에도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30분에 출발하는 주말관광 열차도 이용해 볼만하다.
또 다른 상품인 헤리티지 벨리 트레인은 산타클라라 일대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지역은 1920년대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업된 곳으로 많은 방문객이 들끓었던 곳이라고 한다.
시즌 이벤트도 즐겁지만 평상시에도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30분에 출발하는 주말관광 열차도 이용해 볼만하다.
또 다른 상품인 헤리티지 벨리 트레인은 산타클라라 일대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지역은 1920년대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업된 곳으로 많은 방문객이 들끓었던 곳이라고 한다.
주변으로 거대한 오렌지와 아보카도 농장들이 가득하고, 샌 카예타노, 토파토파 마운틴 그리고 산타클라라 계곡을 따라 달리는 동안엔 마치 남가주의 과거의 모습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기차역 외에, 필모어 주변으로도 둘러볼 곳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으로 기차역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베네트의 꿀 농장(Bennett’s Honey Farm)’이다.
산타클라라 지역에 때묻지 않은 자연을 거름 삼아 얻어낸 꿀들은 이 농장이 내세운 말대로 100퍼센트 순수한 꿀로 유명하다.
이곳에 오면, 와이너리처럼 다양한 꿀을 시식할 수 있고, 직접 구매도 가능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농장은 주 7일 문을 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4시30분까지, 주말엔 6시까지 방문할 수 있다.
겨울인 탓에 해가 일찍 저물어간다. 기차역 주변으로는 저녁 이벤트를 준비하는 모습이 한창이다. 시간이 허락되지 못해 보진 못했지만, 한밤을 뚫고 달려오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한겨울, 새하얀 눈과 증기기관차의 묘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이곳을 강력 추천해본다.
가지고 있는 MP3에 닥터지바고 ‘라라의 테마’를 반드시 다운받아 가는 것도 잊지 말자. 또하나 출발하기 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과 스케줄 확인도 필요하다.
폴 황/여행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