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최대규모 은행인 BBCN뱅크를 이끌 새로운 사령탑 선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월 앨빈 강 전 행장이 사임을 발표한 후 은행이나 후보 당사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무수한 소문과 설이 나돌았던 것은 그만큼 새 행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측면으로 보면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당초 은행의 지주사인 뱅콥 케빈 김 이사장과 행장추천위원회측은 “2월 안에 새 행장을 선임하겠다”고 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스스로 설정한 시한을 넘긴 사실 자체가 또다른 추측과 소문을 불러일으켰다. 6일 열리는 BBCN뱅크의 정기 이사회는 그런 점에서 그동안 행장선임을 둘러싸고 안팎에서 쏟아진 관심과 비판을 일거에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투자자와 고객,주주들의 이해를 좌우할 최고경영자 자리를 계속 비어두고 ‘가십(Gossip)의 시장’에 은행을 내버려두기에는 자산규모 55억달러에 달하는 상장회사의 공익성의 무게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새 행장 선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는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익명으로 거론돼온 후보들의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곽이 나타나는 형국이다. 일단 비한인은 제외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 행장추천위에서 미국인 전문금융인을 면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사진에서 “아직은 비한인에게 통합된지 1년이 갓 지난 커뮤니티 최대은행의 출발단계를 맡길 때가 아니다”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그렇다면 한인 가운데서는 누구로 압축돼 있을까. 다각도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3명이다. 외부 인물로는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이 그 한명이다. 나머지 2인은 BBCN내부 인사다. 다름 아닌 케빈 김 뱅콥 이사장과 행장대행을 맡고 있는 바니 이 전무이다. 민수봉 전 행장은 BBCN규모의 은행을 경영한 경험과 커뮤니티의 1세대 한인고객층및 직원들과의 끈끈한 소통력과 친화력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BBCN측이 지난 1월 앨빈 강 행장의 사임과 함께 후임을 2월내에 선임하겠다고 했을 때 염두에 둔 인물이 바로 민 전 행장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민 전 행장 카드는 시간이 흐르면서 몇가지 핸디캡과 저항에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70대 중반에 도달한 민 전행장의 연령이다.뱅콥의 신규 이사직을 겸하는 행장이 되려면 75세의 나이제한 규정에 걸린다. 게다가 전임 강 행장의 연임 불가 이유 가운데 하나가 60대 후반으로 접어든 신체적 연령 문제였다. 두번째로는 민 전 행장의 영어구사력이다. 기관및 개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연간 수십차례씩 기업설명회를 갖고 감독기관과 수시로 미팅을 해야 하는 행장의 신분으로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민 전 행장의 커뮤니케이션 핸디캡은 한국어 소통력이 모자라다는 지적을 받은 전임 강 행장의 재계약 불가 사유와 동등한 비중으로 감점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BBCN의 매니지먼트급 간부들이 1세대 이민자로서 ‘올드 스쿨’인 민 전 행장의 경영마인드와 리더십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BBCN 이사진과 행장추천위가 민 전 행장 카드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40,50대 고위간부진과 갈등을 겪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걸 보면 새 행장 선임작업이 3월로 넘어오게된 경위를 이해할 만하다.
그에 따라 떠오른 대안이 내부 인사의 선임이다. 우선 바니 이 전무에게 대행 꼬리를 떼는 방안이 고려됐다.이 전무는 BBCN 내부 시니어 간부들과 VP급 매니지먼트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리더십이 높게 평가된다. 경영능력과 역량으로 보면 한인은행권의 다른 여성행장들 못지 않다는 금융인들이 많다. 문제는 당사자가 행장직책에 대한 욕심과 욕구가 적다는 데 있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어쩔 수 없는 격이다.
이 전무는 최근 “내가 행장으로 승진되기를 바라느냐고요? 노(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고른다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이 전무의 업무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해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사진에서 이 전무의 마음을 돌릴 강력한 무언가가 제시되면 한인은행 4번째 여성CEO의 탄생은 여전히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마지막 방안이 케빈 김 뱅콥 이사장의 행장 겸임이다. 김 이사장 본인은 최근까지도 “결단코 그런 일은 없다”고 손을 내젓는 모습이다. 하지만 은행 경영이라는 명예와 명분을 놓고 김 이사장이 마냥 사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부 이사들 가운데서 김 이사장의 이름이 행장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지켜볼 만한 카드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이사장이 행장을 맡고 바니 이 전무가 사장(President)을 맡는 쌍두마차 체제도 유력시된다는 말을 전한다.
인물난과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된다는 초조감을 감안하면 이상적인 짝 짓기로 보이기도 한다. BBCN 이사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
성제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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