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소설 쓸 때마다 모국어 참맛 느껴”

이매자
여류작가 이매자씨가 지난 7일 신간 ‘The Voices of Heaven’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어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한국말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새삼 알게된다”

재미 여류작가 이매자씨가 신간 ‘The Voices of Heaven’ 출판기념회에서 밝힌 소감이다.

지난 6일과 7일 어바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와 작가 사인회는 OC레지스터에서 주관할 만큼 높을 관심을 보였다. 케논리뷰 편집장 데이비드 H.린으로부터 “우아하고 화려한 필체”라고 극찬을 받은 이매자 작가는 영문과 한국어로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1966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The University of Kansas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교의 전신)과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1970년 결혼과 함께 도미, 켄사스 미조리주에서 25년 간 3남 2녀를 둔 주부로 바쁘게 살았다.
 
남편 마이클 디바인씨는 현재 미주리주 인디펜던스 시에 위치한 트루먼대통령박물관(Harry S.Truman Library & Museum) 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내와 주부로 살았던 25년은 많은 이미지들이 내 안에 축적되어 온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장성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시 나를 찾는 일이 시작되더라. 그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영어로 작품이 나왔다”며 당황스러웠다고 밝힌 이 작가는 “25년동안 한국말을 잊고 지냈던 거다. 그때부터는 TV드라마를 보며 다시 열심히 한국말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앞서 걷던 여인의 힘없는 뒷모습, 골목 저편에서 언성을 높이는 한 남자, 떨어지는 빗방울, 한순간 얼굴을 스치는 바람 등 이매자 작가는 순간의 모습, 느낌들을 사진을 찍듯 이미지화 해서 작품속에 반영한다.

1995년 이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며 ‘Misigan Quarterly Review’, ‘Boulevard’, ‘The Kenyon Review’ 등에 발표된 그의 시와 단편소설 등은 호평일색이었다. ‘O.Henry Award’와 ‘Pushcart Prize’등의 시상식에서 수상도 잇달았다.

이번에 출간된 ‘The Voice of Heaven’은 1950년대 한국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어머니가 아들을 낳지 못하자 아버지는 아들을 낳아줄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왔고 여자로서 참기 힘든 세월을 산 어머니와 어린시절 작가의 아픔이 담겨있다.

이 작가는 “어머니는 늘 내가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인물이 될 거라고 믿으셨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은 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내 모습과 작품들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The Voice of Heaven’는 곧 한국어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가 직접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버전으로 집필한 독특한 작품이 될 전망이다.
 
이 작가는 “The Voices of Heaven을 완성하고 나서 직접 한국어로 번역했다. 영어로 쓸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얼마나 쫀득쫀득 맛있는 표현들이 많던지…한국말은 참 맛있다”고 표현했다.

이매자 작가는 이어 오는 6월 영문시집 ‘Long Walk on Short Days’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위안부들에 대한 소설을 구상중이다. ‘The Voices of Heaven’은 아마존 닷컴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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