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파워]호텔리어 캐더린 김씨

호텔리어 캐더린 김
부에나팍 소재 데이즈 인과 풀러튼의 하워드 존슨을 소유하고 있는 캐더린 김 사장. 미주한인호텔협회의 캘리포니아 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호텔업은 손님을 대접하는 안주인처럼 여성에게 잘 맞는 직종”이라고 했다.
“호텔리어?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호텔은 내 집이고 남편이었다. 호텔에 있으면 행복했고 일하는 게 즐거웠다”

미주한인호텔협회(KOAHA· 전국회장 채상일)의 캘리포니아 지부 부회장 캐더린 김 대표는 한인은 물론 전 미주에서도 몇 안되는 여성 호텔경영자다.
 
현재 부에나 팍의 ‘데이즈인(Days Inns)과 풀러튼 ‘하워드 존슨’을 소유하고 있는 김 대표는 호텔리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워너비’가 아닐 수 없다.
 
재벌가 출신도 아니고 경영수업 한번 받아본 적 없는 그녀를 한인을 대표하는 호텔리어로 성장시하게 해준 것은 타고난 ‘여유’과 ‘뚝심’이었다.

“20년 가정주부로 살다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홀로서기를 해야 했어요. 집을 사서 세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당시 부동산에 종사하던 지인이 시골에 있는 조그만 모텔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해왔지요. 당시 살고 있던 시애틀에서 2시간 거리에 세큄(Sequim)이라는 작은마을에 있는 방 42개짜리 모텔 ‘이코노 랏지’였어요. 겁은 커녕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가정주부로 살 때부터 플러밍이며 못 박는 일이며 모두 자신의 몫이었던 까닭에 건물관리도 자신 있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즐겼던 터라 모텔에 살면서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지낸다는 것도 오히려 좋았다. 홀로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1997년 그녀는 자신의 첫 호텔에서 주인이 아닌 종업원으로 일했다.

“아무도 조그만 동양여자가 주인인 줄 몰랐죠. 유니폼 입고 앞치마 입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우리집에 온 손님들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침대 시트를 갈고 청소를 하고 음식을 준비했어요.”

그녀의 호텔은 깨끗하고 안락한 곳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고 지역지에도 소개됐다. 해마다 본사에서 뽑는 최우수 지점으로 선정되며 승승장구를 거듭하게 된다. 경제와 경영에 대한 지식은 LA타임스 같은 신문에서 얻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문을 정독하자 세상 돌아가는게 보이고 영어까지 늘게 되었다. 호텔 경영에 자신이 붙은 김 대표는 시애틀 인근에서 경매로 넘어온 ‘베스트 웨스턴’호텔을 인수해 과감히 리모델링에 재투자 했다. 결과는 다시 대성공이었다.

“5년을 넘게 시골마을에 있으니 어느날 한국사람이 너무 그리워지더라구요. 한번은 캘리포니아 여행을 했는데 시애틀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반해버렸죠. 디즈니랜드 근처에 있는 호텔을 보면서 아,이런 호텔을 갖게 되면 참 좋겠다고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2003년 그녀는 꿈에 그리던 캘리포니아로 옮겨온다. 김대표가 선택한 곳은 부에나팍에 위치하고 있던 ‘레드 루프’(현 Days Inns)로 당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호텔이었다.

“시골동네와 캘리포니아는 역시 달랐어요.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듣도 보도 못한 동양여자가 호텔을 한다고 하니 호텔 체인관리 매니저가 저에게 경영은 전문업체에 맡기고 나는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하더군요. 콜롬비아에 있는 본사 사장를 찾아가 독대하고 직접 경영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했죠.”

영업과 동시에 리모델링을 강행하는 김대표를 보며 본사는 많은 우려를 나타냈지만 이듬해부터 2008년까지 계속된 매출증가를 통해 그녀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폐업 위기에 있던 애나하임 힐 호텔(현 ‘하워드 존슨’)을 우여곡절 끝에 인수했다. 10여년 전 맘속으로 그렸던 바로 그 호텔이다.

“당시 호텔 직원들 일부는 저를 믿어주지 않으며 거부했어요. 저는 직원 모두를 그대로 고용하겠다고 공약하고 호텔에 살면서 함께 일했어요. 지금은 저를 맘(mom)이라고 부르며 따르지요.”

호텔업계를 강타한 불경기 속에서도 캐더린 김 대표의 호텔들은 여전히 오렌지카운티 대표 호텔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고객 90%가 외국 관광객이지만 한인커뮤니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행사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하는 유일한 투자는 ‘여행’이라며 웃는다. 지금까지 세계 80개국을 돌아다녔다. 여행은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호텔경영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기도 하다.

“호텔업은 여성에게 맞는 일입니다. 손님을 초대하면 안주인의 역할이 크듯 여성의 세심한 배려가 손님들을 만족하게 하죠. 또 이제 호텔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예약을 직접 결정하는 시대예요.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새로운 경영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싶어요”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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