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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41개국에서 최고의 디자인 교육을 받은 6,500여명의 젊은이들을 제친 주인공은 LA다운타운에서 40년째 귀금속세공 기술자로 일해온 김경택씨(60). 전문적인 디자인 교육은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언뜻 보아도 보통 일은 아니다. 돋보기로 들여다 보아야 할 정도의 작은 부품들이 수십가지. 디자인이며 세공이며 하나하나가 정밀한 계산을 요하는 작업이다.
“본래 한가지를 파고 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세공일도 좋아했다. 20년 전쯤인가? 어느날 시계가 궁금해지더라. 모조리 분해해보니 직접 만들고 싶어졌다. 그런데 배울 곳도 없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어서 혼자서 들여다 보며 만들기 시작했다”
첫 시계를 만드는데 3년이 걸렸다. 18k 금에 다이아몬드와 루비 360여개가 들어간 아름다운 시계였다. 그 시계는 지금 아내 김근자씨의 팔목에서 십수년째 잘 돌아가고 있다.
“시계는 보기 아름다워야 하면서 잘 돌아가야 한다. 롤렉스에도 까르띠에에도 없는 모양과 기술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했다”
사실 김씨는 지난 2009년 미국의 권위있는 보석디자인 공모전인 JCK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이후 뉴욕에 있는 한 유명 백화점에 납품할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화려한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문턱에서 좌절됐다. 사실 이번 대회는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의 바이어가 귀띔해준 대회다. 김씨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김씨 작품의 핵심기술은 1.5mm의 얇은 문자판(face)에 3부(30point)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박아넣는 것이다. 보통 시계에 사용하는 크기가 1point라고 하니 놀랄만 하다. 때문에 시계바늘도 직섭 세공한다. 포인트가 되는 보석색상에 맞춰 붉은색 또는 푸른색으로 만든 시계바늘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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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마치고 한 분이 수상작품 하나를 구입했다. 자식을 떠나보낸 느낌이다. 뉴욕 백화점을 비롯해 몇몇 군데에서 입점 제의도 받고 있다. 결과가 나빠도 상관없다. 처음부터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앞으로 변할 것은 없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새로 나온 디자인을 살피는 김씨는 “기왕이면 ‘불후의 명작’ 하나 만들고 싶다”라고 덤덤하게 소망을 말했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