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매물 감소 현상의 주된 원인을 은행과 소유주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 가격의 지속적 인상에 따라 은행들과 주택 소유주들이 매매가 아닌 ‘관망’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포클로저 데이타 등 부동산 시장 리서치 업체들의 최근 자료(4월 기준)를 보면 부동산 시장에서 차압매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33%로 지난 3년 6개월래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전월 35.6%는 물론 전년 동기 43.6%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언뜻 보면 차압 매물 감소에 따른 시장 안정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은행들이 보유한 새도우 인벤토리를 계산에 넣지 않은 수치로 그 정확성에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이 시장에 내놓은 REO 매물은 총 보유량의 약 33%에 불과하다. 기타 67%는 소위 두고 보는 ‘Wait and see’ 매물로 분류돼 있다.
은행들은 REO 매물의 시장 공급이 늘어날 경우 최근의 가격 상승세가 꺽일 것을 우려해 방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또 일부 지역의 알짜 매물은 아예 시장에 내놓을 계획 조차 없다. 주택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높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은행들이 보유한 REO의 시장 유입이 지금보다 2배만 늘어도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10~15% 정도는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매매를 고려하던 기존 소유주들을 돌려 세우기 시작했다. 한인 부동산 업자 N씨는 “최근 가격 상승 추이를 보고 리스팅을 뺀 고객이 여러 명 있다”며 “숏세일 혹은 깡통주택이 아닌 정상 매물의 소유주들은 앞으로 한동안 주택 매매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얼마 전 매매 계획을 취소한 한인 양모씨도 “한동안 깡통주택이다 얼마전 겨우 에퀴티를 회복했다”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페이먼트를 내는데 문제가 없으니 상승 곡선을 보면서 매매 시점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