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의류협회의 최근 모습을 보면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하는 수년째 인기리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얼핏 떠오른다.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여러가지 내외부 요인으로 버릇이 없는 아이들이 전문가의 상담과 가족들의 노력이 더해져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화면에 담고 있다. LA지역 한인 경제계에서 가장 중요한 협회로 분류되는 한인의류협회와 버릇 없는 아이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인 경제의 젖줄이라고 불리던 다운타운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이 협회는 최근 4~5년 사이 철도 없고 버릇도 없던 아이의 모습 마냥 일탈을 일삼아 왔다. 매년 바뀌는 회장들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만 급급했고 또 일부 회장들은 자리 싸움에 매진하다 보니 자연스레 회원사들은 협회를 외면하게 됐다. 이로 인해 1000여개 업체 중 절반 이상이 회원이었던 것에서 4~5년 사이 업체수는 1500개 이상으로 급증했지만 매년 회비를 내는 회원사는 오히려 크게 감소, 현재 20%에 불과한 150여개 수준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매년 급감하는 회원사 숫자를 보며 그해를 맡았던 회장들은 “닭이(협회) 먼저냐? 달걀(회원사)이 먼저냐”를 두고 탁상공론만으로 1년간의 임기를 보내기 바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그런 무의미한 논쟁은 뒤로한채 솔선수범하는 협회의 모습을 조금씩 볼수 있게 돼 얼어 있었던 비회원사의 마음도 조금씩 녹는 듯한 분위기다. 한심한 수준까지 떨어졌던 한인의류협회, 과연 올해 무엇이 바뀐 것일까? 우선 회장의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사업 계획과 실천의지가 밑바탕이 됐다. 협회는 1월 첫 이사회를 통해 단·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들을 보면 과거처럼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계획이 아닌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멕시코와 중남미 등 기존 절반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던 바이어들이 최근 수년사이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계획만 가지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는 생각은 20여명의 이사 전원의 공감대로 이어져 각 사업마다 해당 분야에 경험이나 열정이 있는 이사들이 사업을 맡아 차근 차근 일을 진행하게 된다. 한명의 이사는 새로운 생산 기지 개척을 위해 주미 캄보디아 대사와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해 오는 10월 캄보디아 정부 초청으로 처음으로 산업시찰단을 모집해 방문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이사는 지난 2월 LA에서 맺은 이화여대와의 업무협약을 비롯한 한국과 연계된 사업을 확대 하기 위해 개인 경비를 써가며 3월과 5월 두차례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의 중견 의류기업인 형지그룹과의 협력 역시 지난달 초 업무협약 이후 차근 차근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빠르면 10월쯤 첫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 임원 뿐 아니라 모든 이사들과 사무국이 똘똘뭉쳐 일을 한 보람은 회원사 증가라는 달콤한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올 들어 5개월 동안 이미 30% 가까이 회원사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매월 증가세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연말까지 300개, 내년 말까지는 500~600개의 회원사가 가입한 협회로 거듭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릇없는 아이가 변하는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의 상담도 중요하고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뒷받침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하겠다는 아이 스스로의 깨우침이 가장 우선돼야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넘어 이제는 회원사라는 주변의 관심과 사랑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업계를 위하겠다는 협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기자수첩]“우리 협회가 달라졌어요”
“우리 협회가 달라졌어요”
여기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내 생산 단가의 폭발적인 상승도 한인 업주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결국 생산지와 판매처의 다변화라는 시장의 간절한 요구가 협회의 사업 계획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 업계의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