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뱅커로 누구보다도 한인들에게 친숙한 인물로 꼽히는 유재승 전 한미은행장이 지난 11일 43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다. 한미은행에서 겪었던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강조한 유 전 행장은 “무사히 그리고 명예롭게 은행생활를 마칠 수 있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게 여긴다”라고 말했다. 우리아메리카 행장을 끝으로 은퇴했다가 다시 한미은행장을 맡은 뒤 “너무 힘들어서 은행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후회를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은 유 전 행장은 어바인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아들 집에서 잠시 지낸 뒤 9월경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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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은
▲ 은행원 생활을 무사히, 그리고 은행이 안정된 뒤 명예롭게 마칠 수 있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정말 감사한다. 한미에서의 5년은 43년 은행생활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의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올라와 감독국 제재도 받았고 주주총회에서는 쓴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현재 한미는 수익성, 건전성, 그리고 유동성까지 모두 금융위기 이전 보다 강해졌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이제 한미는 잘못될 일도 없고 잘못되어서도 안된다. 다행히 후임 행장이 능력도 있고 경험도 많아 마음이 편안하다.
- 은퇴 결심은 언제 했는가
▲ 은퇴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한미은행 30주년 행사와 나스닥 클로징 벨 행사를 하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한미가 행정제재에서 모두 탈출했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마음을 굳혔고 지난 3월 이사회 때 이사들께 통보를 했고 이후 차기 행장 인선 시스템이 가동이 됐다.
- 2007년 우리아메리카은행장에서 물러난 뒤 은퇴선언을 했다가 한미행을 결정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은퇴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나
▲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이번에는 한국으로 가고 그곳에서 할일을 찾을 것이다. 우선 국적회복신청부터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동안의 은행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나누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융관련 강의 또는 강연을 하고 싶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은행일을 했고 해외 법인장과 한인은행장도 했다. IMF도 겪었고 인수합병과 금융위기도 겪었기 때문에 미국 진출을 원하는 은행 및 기업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
- 은행생활에서 가장 스스로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자리는
▲ 한미은행장이다. 실은 한미은행장을 맡고 몇달 안되어서 진심으로 후회했다. 일은 잘 안 풀리고 구제금융(TARP)자금을 신청했는데 승인이 나오지 않아 주주, 이사,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여러 추궁도 받았다. 또 한미가 위험하다는 소문에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때는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으며 하나님께서 여기에 날 보냈다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담대히 하나하나 처리하다보니 한미가 현재까지 오게 됐다. 특히 감독국이 이례적으로 증자까지 9개월의 기간을 준 것도 정말 감사할 일이고 이는 한미에게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 한미가 위기상황이었을 때 행장으로서 자신감이 있었나
▲ 이제서야 얘기이지만 당시 내 임기 내에 한미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자신은 없었다. 경영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당시 사람이 빠져나가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켰고 간부들을 붙잡았다. 그 결과 성공적인 증자가 됐고 한미가 살아났다.
- 현재 한인은행권과 한미은행에 대해 얘기를 해달라
▲ 한인은행들은 어느 커뮤니티은행들보다 금융위기를 잘 이겨냈다. 한인은행들이 이제는 생존 문제를 고민할 때는 지났으며 거의 모두 안정권에 들어왔다. 이제는 성장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럴 시간이 됐다. 한미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고 이는 내가 은퇴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이다.
- 은행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은행원 뿐만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첫째 꿈과 비전을 가지라는 것이다. 단기적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두번째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것이다. 먼저 부정적이고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일의 추진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세번째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져야 한다. 늘 겸손하고 양보해야 한다.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것이 더 얻는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덕성을 지키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타인에게 결정적인 흠을 잡히지 않아야 한다.
- 한인은행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모두 잘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 은행들을 응원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사회와 경영진의 관계인데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 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경영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경영진을 교체하면 된다. 이사회가 경영을 하려고 개입하면 그만큼 은행 발전과 성장 추진력이 떨어진다.
성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