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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우리 동포가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책을 썼다. 재미동포 불어 교수의 시선에서 본 우리말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밖에서 본 우리말 우리글’(경인문화사)을 출간한 배성옥(62·여) 씨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안에 살든 밖에 살든 우리말과 글을 쓰는 한국인이라면 우리말, 우리글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집필 취지를 설명했다.
배씨는 1979년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롱비치시티 칼리지와 로스앤젤레스하버 칼리지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국문학자도 아니고 국내에 있지도 않지만 여러 언어를 익히고 한반도 밖에 있다보니 더욱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우리말을 볼 수 있게 됐다.
“한인이 많은 LA는 영어 한마디 못 해도 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영어·한국어 2개 국어로 된 안내문을 보면 한국어는 영어식, 영어는 한국어식이라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잦습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어떤 외국어도 정복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조기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을 많이 접하는 배씨는 이들이 2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 같아도 실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우려한다.
“영어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말은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가 아주 큰 언어입니다. 문자문명의 역사가 긴 국가일수록 그렇죠. 일찍부터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우리말을 유창하게 한다 해도 한국어로 된 책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기능적 문맹’(functional illiterate)이 되기 쉽습니다.”
배씨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인문학 서적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도 여러 번 해왔다.
그러면서 “다른 언어와 우리말을 비교할 때 뚜렷하게 다른 점이 무엇이 있는지, 우리말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책도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른 나라의 말, 글자를 살펴본 후 우리말, 우리글의 특징과 강점을 찾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가 말하는 우리말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리말에는 감칠맛 나는 ‘단위어’가 풍부합니다. 집 한 채, 방 한 칸, 밥 한 끼, 장작 한 아름 등으로요. 또 맛과 멋, 반짝과 번쩍 등과 같은 ‘짝꿍’ 단어와 풍부한 의성어·의태어, 그리고 주격조사 ‘은/는/이/가’ 각각의 쓰임도 우리말의 강점이죠.”
배씨는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대단히 크지만 그 방법이 현명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꼬집은 뒤 “나라말이라는 것은 가슴으로 뜨겁게 사랑할 대상이 아니고 머리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며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