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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종이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꼭꼭 눌러 접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생각할수록 재미있는지 여기저기서 연신 웃음이 터진다.
지난 13일 부에나 팍에 위치한 ‘린제이 갤러리(대표 린다 김)’에서 열린 문화교실 ‘종이접기 아트’강좌에는 40여명의 주부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주부, 유치원 원장, 주일학교 교사, 손주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어주고 싶어 참가한 할머니까지,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알록달록한 종이액자를 만들었다.
“종이접기를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취미나 문화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엄마가 배우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게다가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취업이나 창업은 물론 공립학교 교사까지 가능한 것이 종이접기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종이문화재단 LA연합회 조민정 회장과 서부연 강사는 모두 20년 경력의 종이접기 달인들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 국가공인 자격증 ‘마스터 부문’을 소지하고 있는데 미주에서 이를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은 LA종이문화교육원 앤지 문 원장을 포함해 단 세 명뿐이다.
“한국인이라면 어렸을 때 남자는 딱지를 여자는 종이학을 접으며 놀았을 것이다. 종이는 한민족과 유난히 밀접하다. 우리는 한지에 그림을 그렸고, 문과 창에 창호지를 발랐으며, 반짓고리 같은 일상용품은 물론이고 가구도 알록달록한 종이로 장식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종이접기를 ‘오리가미’라는 일본어로 부르고 있는 게 가끔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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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실습에 앞서 한국 종이접기 문화를 설명하는 서부연 강사가 안타까움을 전한다.
한국에서는 1988년경 종이접기협회가 만들어져 지금의 종이문화재단으로 발전했으며, LA지부는 2003년 설립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아이들로부터 83세 노인까지 20여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으며, 자격증을 취득해 어린이학교, 한국학교, 노인센터 등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회원은 100여명에 이른다.
조민정 회장은 “한국에서는 유아교육은 물론 병원이나 소년원, 치매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종이접기 활용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 치료 효과도 뛰어나 자폐 등 장애나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이날 강좌에서 조민정 회장과 서부연 강사의 작품이 함께 공개되자 수강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특히 정교하게 만든 인형의 집은 가구 하나하나까지 종이로 접어 만든 것으로 그 섬세함이 놀라울 정도다.
조민정 회장은 손주들의 돌잔치를 손수 종이접기로 꾸며준 멋진 할머니이기도 하다. 서부연 강사또한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종이접기를 시작했다가 전업주부에서 현재 미주를 대표하는 종이접기 강사로 변신했다.
종이접기 라이선스 과정은 한국 종이문화재단에서 만든 정식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며 한국의 국가공인 자격증이 수여된다. 보통 6개월 정도면 지도자 과정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이수하면 세계적으로 통일된 종이접기 도면을 보고 어떤 작품이라도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을 교육시킬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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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강생들은 화려한 색과 동양적인 문양이 돋보이는 장식용 액자들 만들었다. 아이들만 가지고 노는 것으로 알았던 색종이로 불과 30분만에 근사한 예술품이 만들어지자 모두가 놀라는 분위기다. 참으로 오랜만에 딱지도 접어본다. 집으로 돌아가 아들에게 손주에게 만들어 주기 위해 접고 또 접어본다.
이날 강좌를 마친 후 수강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린제이 갤러리 측은 즉석에서 조민정 회장과 서부연 강사에게 고정강좌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OC에 아직까지 정식 종이접기 강좌가 없는 만큼 여러분이 원하면 스케줄을 고려해 꼭 강좌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강좌문의: 린제이갤러리 714-521-5700 linda@lynnjgallery.com
▲라이센스 문의: 종이문화재단 LA연합회 213-388-4280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