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의류업계 한국진출 의미는?

지난 5월 한인의류협회가 패션그룹 형지측과 맺은 업무협약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그동안 LA지역 한인의류업체들이 수차례 시도했던 한국 진출이 마침내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0년을 넘고 있는 LA지역 한인 의류 역사는 이제는 단순한 생산 및 판매를 넘어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과 중동을 포함한 전세계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북미 서부지역과 중남미에 국한됐던 시장 규모가 전세계로 확장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있긴 했지만 개별 업체들의 제한적인 정보와 자본력으로 인해 번번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왔다. 실제 LA의 한인 업계의 든든한 지원을 배경으로 급성장한 대형 의류유통업체인 포에버21 역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국가에 진출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정체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다.

▶ 형지그룹, 왜? =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첫 순방지였던 미국 방문시 의류 업체로는 유일하게 경제인단에 포함돼 이곳을 찾은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회장은 LA방문이 가장 인상적이였다고 전했다.

그는 30여년전 동대문의 1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이제는 연간 1조원(약 9억달러)의 매출 규모를 보이는 패션 그룹으로 성장한 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LA의류 도매상권 역시 한국에 동대문과 여러가지 유사한 점도 있지만 지리적인 장점을 살려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LA는 남으로는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가 연결돼 있고 북쪽으로는 북가주와 워싱턴주를 지나 캐나다까지 이어져 있다. 또한 동쪽으로는 전 미국이 연결돼 있으며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지나 한국과 중국이 있는 아시아와 유럽과 닿는 패션의 중심지”라며 “전세계의 가장 빠른 패션 정보와 부자재가 모이고 한인 특유의 빠르고 꼼꼼한 생산력이 더해진 LA는 패션의 글로벌을 위한 최적지”라고 말했다.

LA지역에 대한 형지그룹측의 호의적인 인식도 중요한 요소지만 그룹차원의 적극적인 진행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인 한인업계의 의견이다.

다행히 형지측은 이번 장안동 바우하우스 인수를 계기로 전국적인 종합 유통사업 진출을 못색하고 있어 이 지역 한인 의류업체들의 한국내 초기 유통망이 갖춰 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형지그룹측이 기존에 입점해 있는 주요 백화점을 비롯한 타 유통망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어 한국 내 시장은 더욱 넓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 이원화 전략, 실리와 명분 다 찾아야 = 협회 차원으로 추진되는 이번 한국 시장 진출은 단순히 연간 3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패션시장의 일부를 차지하겠다는 단순한 전략을 넘어 이미 거대 소비시장으로 급 성장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지역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

이를 위해 업계는 형지그룹측이 쇼핑몰에 마련하는 판매 공간에 꾸며질 제품을 형지측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과 협회를 중심으로 개별업체들이 일정 부분의 책임을 지는 두가지 전략으로 접근 할 계획이다.

우선 형지그룹이 LA지역 제품을 구매한다면 당장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순 있다. 하지만 포에버21를 비롯한 미국내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거래에서도 볼수 있듯 생산이나 판매, 반품 등 전반에 걸쳐 이른바 ‘갑’에게 종속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 할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중국 등 타 국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 업체마다 한류와 접목하기 쉬운 한국에서 브랜드화가 필수적으로 필요해 결국 협회를 중심으로 매장 입점후 직접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각 업체마다 일정 부분의 투자도 필요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회장은 “최근들어 형지그룹을 비롯한 여러 한국 중견 의류업체들이 LA지역 한인 의류도매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리 크게 호의적이다”라며 “이런 흐름에 맞춰 협회뿐 아니라 각 업체들이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시장 조사를 비롯한 나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그동안 제한적인 시장에 갖혀 작은 경제 상황 변화에도 어려움을 겪던 한인 업계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