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은 마치 암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를 연상시킨다. 얼핏보면 종양이 깨끗이 제거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재발 위험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 부동산 시장은 불과 한 달 전인 6월 초까지만 해도 핑크빛 전망 일색이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호황기를 뜻하는 ‘수퍼사이클’이란 낱말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급격히 금리가 뛰어오르고 벤 버냉키 연준(Fed) 의장이 양적 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시장 회복세에 눌려 있던 잠재적인 불안요소들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까다로운 대출기준에 걸려 고심하던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들은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모기지(주택융자) 신청건수는 불과 몇주 만에 지난 수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부동산 경기의 재침체 우려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부동산 시장은 과연 살아난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위기인가?
◇주택시장
현재까지 발표된 지수만으로 보면 주택 시장 회복세는 진행형으로 볼 수 있다. 주택 거래 수(신규, 기존 주택, 잠정주택 매매 포함)를 시작으로 주택 착공건수, 그리고 신규 건축을 위한 인허가 신청 등 대부분의 관련 수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금리 급상승과 양적 완화 중단이 가능한 듯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나오기 이전 시점의 데이타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금리가 급격히 오른 지난 6월말 발표된 기관별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를 보자. 페니매가 4.46%, 모기지은행연합회(MBA)가 4.20%, 뱅크레이트가 4.57%였다. 모두 상승폭 기준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됐던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6월 모기지 금리가 매주 사상 최저치(프래디맥 금리 30년 3.75%, 15년 2.97%)를 경신했음을 상기하면 사뭇 놀라운 상승세다. 모기지 금리 첫 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효과가 최소 플러스 마이너스 30% 이상의 결과를 낳는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을 참고할 때 현재 상당수의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금리 급상승은 양적 완화 중단 발언으로 고조된 불안심리와 함께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을 시장에서 내몰았고 이는 신청건수 11.7%의 감소로 이어졌다. 6월의 데이타가 반영돼 이달 중 발표될 부동산 관련 지표에서는 이같은 악재들이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금리 급상승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모기지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재융자 시장을 경색시켰다는 데 있다. 지난 3일 발표를 기준으로 볼 때 재융자는 전주 67%에서 64%로 크게 떨어지면서 최근 2년 사이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현재 재융자와 관련한 각종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재융자를 통해 상환기간 동안 최소 수만달러에서 최대 수십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금리 급상승은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장 전망을 내놓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금리상승과 양적 완화 관련 발언이 나온 시점이 너무 이른 느낌이다”며 “앞으로 몇달간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업용 시장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택 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불안 요소가 적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 따라 수익이 개선되다 보니 모기지 연체율도 그에 따라 줄고 있다. 재융자를 통해 페이먼트 부담을 크게 덜어낸 대출이 많은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최근 상업용 모기지 대출의 금리는 전반적으로 지난 1991년 2분기 당시 6.58%에 비해 4.15%포인트나 낮게 이뤄지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대출 채권 담보부 증권(CBMS) 등도 2011년 2분기 당시(9.02%)보다 0.47%포인트 낮게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건물가격 상승 등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공실률까지 낮아지면서 수익이 증가하다 보니 전체적인 대출 연체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 CBMS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쇼핑센터, 호텔, 오피스빌딩, 공장, 아파트, 병원 등과 같은 수익성부동산에 대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을 의미한다.
상업용 부동산의 호황세는 미주지역에서 한인 최대 밀집지역인 LA의 다운타운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LA 다운타운은 마치 골드러시를 연상케 할만큼 대규모의 자본이 밀려들면서 무려 88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신축 프로젝트와 재개발이 균형을 갖췄음은 물론 그 종류 면에서도 거주용과, 상업용, 공공시설 그리고 문화시설까지 고르게 이뤄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난으로 리노베이션 공사가 전무했던 3~4년전의 풍경은 벌써 까마득해졌다. 상업용 부동산 개발이 수많은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할 뿐 아니라 개발에 따른 경기 활성화(인구유입, 상가 신설)및 치안 개선(유동 인구 증가, 경찰 인력 충원)효과까지 있음을 생각하면 상업용 부동산 붐은 곧 LA의 전반적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주헤럴드경제=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