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의류업계 2세체제 전환 속도낸다

의류업계
LA다운타운 지역 한인 의류도매업계가 2세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사진은 이 지역 최대 도매상권인 샌페드로 홀세일 마트의 모습.

한인 경제계의 가장 큰 흐름인 LA다운타운의 의류업계가 2세 체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1500여개에 달하는 이 지역 한인 의류업체 중 2세 전환을 추진하는 업체는 연매출 30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이른바 중견 업체들이 주를 이르고 있다.

업체수로는 200~300여개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 중 절반 이상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이주해 1990년을 전후해 LA에 새롭게 터전을 잡은 업체들이며 나머지는 한국이나 타주에서 LA로 이주한 업체들이다.

◇2세 체제 세대교체 배경= 20여년간 사업을 일궈 나름의 성공을 거둔 1세 의류업주들이 자녀들에게 사업을 물려 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흡한 기업화다. 경쟁이 치열한 의류업계의 분위기 인해 일반적인 중견 기업에서 볼수 있는 참모들의 보좌가 중심이 돼 회사가 운영되기 보다는 사장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해 업체가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10년 넘게 회사에서 잘 일하며 나름의 사업을 보좌해 왔던 참모들은 대부분 타 업체를 새로 차려 또다른 경쟁 업체 사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역시 2세들로 전환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사업적인 성공으로 자녀들 역시 이른바 좋은 대학에서 유망한 전공분야를 이수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 후 몇년간 전공한 분야로 진출해 나름의 사회 경험을 쌓았지만 정작 이 분야에 끝까지 남아 성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즉, LA다운타운 의류 비즈니스 만큼 많은 돈을 벌만한 업종도 별로 없을 뿐더라 주류 사회에 진출해 느끼는 ‘유리천정’에 대한 자녀들의 고민이 더해져 2세들의 의류업계 진출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2세 체제전환의 빛과 그림자= 30여년의 역사가 있는 LA다운타운 한인 의류도매업계의 2세 체제 전환은 아직 현재 진형형이다. 성공한 사례도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과도기라는 이야기가 많다. 우선 의욕이 앞서 부모들이 어렵게 일군 사업체를 몇년만에 문을 닫게하는 사례도 있다. 경험 부족도 큰 이유지만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그동안 부모들이 해보지 않았던 분야였던 상황에서 문제 발생에 앞서 예방도 할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2세들도 물론 있다. 연간 3000만 달러가 넘는 매출과 함께 부모들이 사둔 부동산을 통해 매달 들어오는 렌트 수입은 자녀들에게 사업 확장 보다는 “현재 상황만 유지해도 충분히 먹고 산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은퇴를 앞둔 1세 한인 의류인들이 2세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이다.

우선 법률, 마케팅, 경영, 홍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과 주류 사회 각 분야에서 몇년이라도 경험한 자녀들의 새로운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동안 부모들은 중남미에서 LA를 찾는 바이어에게 물건을 쌓아놓고 팔던 형태였지만 2세들로 인해 주류 대형 리테일 업체나 인터넷등의 분야로 판매 영역이 빠르게 확장 되고 있다는 점은 발전적이다.

더욱이 회계나 경영 분야에 있어 그동안 구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틀도 차츰 정리되고 나름대로 기업화를 위한 시스템의 변화가 이뤄져 2세체제 전환의 큰 수확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LA한인 의류인들의 오랜 과제인 각 업체 제품의 브랜드화를 통한 더 큰 부가가치 창출 역시 2세들의 새로운 몫으로 남게 됐고 머지 않은 미래에 일부 업체를 시작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밑바닥부터 경영수업= 10여년전부터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한 2세체제 전환은 초창기 자녀들에게 무작정 회사의 주요 직책을 맡기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밑바닥부터 치열하게 회사 운영 뿐 아니라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을 시작하게 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주문 받은 물건을 창고에서 배송하는 ‘박스보이’에서 출발, 능력과 열정을 인정 받으면 단계별로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변한 것이다.

한 업주는 “솔직히 아직 자녀들이 회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넘치는 의욕이 있다”며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2세들의 아이디어에 부모들의 오랜 경험과 연륜이 더해진다면 각 업체 뿐 아니라 관련 한인 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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