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권 ‘조직 다지기’ 여념 없다

 

한인은행들이 조직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은행권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지고 은행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급의 이동이 이어지면서 각 은행들은 내부 단속 및 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BBCN뱅크는 민수봉 행장이 맡으면서 조직의 간부급에서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미은행도 BBCN을 떠난 바니 리 전무를 수석전무로 영입하고 기존 부행장급을 승진 발령했다. 최운화 행장을 맞이한 유니티은행도 마이클 강 CMO로 영입했다.
 
굵직한 간부급들이 이동하면서 자리가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면서 왠만한 은행권 간부급의 이름은 후보로 거의 올라오고 있다. 영입전과 새로운 인력체계 구축은 이미 발표된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끌어오기’ vs ‘지키기’ = 은행들의 인재 끌어오기는 하루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끌어오기가 여러 곳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여러 한인은행들의 행장이 교체되면서 조직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은행들의 ‘지키기 작전’도 치열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 몸값도 상당히 올라가는 분위기다.

민수봉 행장이 BBCN뱅크의 행장을 맡으면서 조직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또는 새로운 사업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 행장의 연줄을 이용해 윌셔은행쪽에서 인재를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윌셔도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모기지 관련 분야의 직원 영입 추진과 지키기는 한인은행권에서 큰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윌셔는 또한 최운화 행장이 유니티은행을 맡으면서 또다른 인력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유니티의 새 CMO인 로버트 강 CMO를 영입했고 윌셔 출신의 SBA부 매니저와 부장을 영입했다.

바니 리 전무가 한미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이번엔 BBCN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BCN은 일단 마크 리 전무까지 이동하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바니 리 전무의 이동으로 직원들의 한미행이 예상되기 때문인데 그동안 본부장급과 매니저급의 이동설이 나돌았고 실제로 이동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은행 ‘빅3′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비상장은행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잘 키워 놓은 좋은 인재를 혹시나 빼기지 않을까하는 우려인데 현재까지는 큰 이동이 보이지 않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의 조직 정비는 감원 또는 구조조정에 이은 인력 재배치와 함께 이뤄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은행권 인력 필터링 작업도 함께 진행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차 조직 정비가 끝나고 조직을 살펴본 뒤 추가적인 영입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비상장은행들도 인력 이동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몸값 불리기’ vs ‘자리 지키기’ = 간부급의 이동과 달리 일반 직원들의 이동은 자신의 몸값을 키워가며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몸값 보다는 인수합병에 따른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과 간부급의 교체에 따른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이동을 결정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바니 리 전무의 이동에 따라 직원들의 추가적으로 한미행이 점쳐지는 것도 은행내 자신의 입지를 받쳐주던 간부의 이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치열한 영입전 사이에서 기존 직원들도 초조하다. 새로운 영입을 위한 자리 마련을 위해 자신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은행에서는 감원 뒤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은행권에서는 연봉 상승 보다는 자리만 보존된다면 이동하려는 직원들도 있다. 또 인수합병으로 인한 감원을 우려해 미리 자리 마련에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최근 윌셔은행으로의 인수가 결정된 새한은행의 경우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회가 되면 다른 은행으로의 이동을 고려 중이다. 은행측에서는 구조조정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직원들은 생각은 좀 다른 분위기다.

영입과 함께 내부 다지기 = 외부 영입과 함께 은행들이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내부 조직 다지기다. 외부에서만 인재를 영입할 경우 내부 인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은행이 바니 리 전무 영입 발표 전 부행장 3명을 전무로 승진 발령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BBCN뱅크도 바니 리 전무가 사표를 내자 재빨리 뉴욕에 있는 김규성 전무를 LA로 불러들여 조직 다스리기에 들어갔다.

윌셔도 최운화 전무가 유니티 행장으로 떠남과 동시에 피터 고 부행장을 CCO로 임명해 전력 누수를 막았다.

팀으로 움직인다 = 은행들의 인재 영입은 한명만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아예 팀원이 함께 움직이고 영입하려는 경우도 있다. 최근 BBCN이 윌셔의 모기지 부분 팀을 영입하려고 추진했다가 막판 윌셔의 지키기로 무산됐다.

 
한미도 바니 리 전무 영입에 이은 추가적인 영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바니 리 전무가 은행 운영 및 관리, 그리고 고객 확보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미가 판단했겠지만 한미가 바니 리 전무 한사람만 보고 영입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를 따라 나라출신의 인재들이 함께 한미행을 결정할 것이고 이는 한미 영업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영입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팀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에 대해 은행권은 우려하고 있다. 팀으로 이동할 경우 경쟁은행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팀원들만 뭉쳐 몸값을 올리고 다른 직원과의 융화를 꺼려하는 부작용도 있다.

 
여기에 은행 입장에서도 한명을 잡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을 함께 잡아야 하는 만큼 지키기 작전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은행권에서는 능력있는 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쪽으로 너무 편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열 영입전에 대한 우려 = 최근 인재 영입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인재 영입이 바로 고객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한 뱅커를 영입할 경우 그가 관리하는 고객들이 그대로 은행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인재 영입이 은행간의 감정 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입전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인력구조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업무 보고 체계가 흔들리고 혹시 자신의 상관이 옮길 경우 자신들이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 아닌 지 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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