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만 남긴채’ 워싱턴 한인 단골식당 잇따라 폐업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한인들의 안식처 역할을 했던 한식당 ‘까치둥지’와 ‘한성옥’이 잇따라 문을 닫아 교민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일원에서 가장 오래된 식품점이자 식당인 동아식품·까치둥지가 지난 15일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1978년 개점한 동아식품은 한인사회의 1세대 식품점으로 교민이나 주재원들에 고향의 맛을 선사하며 정겨운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특히 버지니아한인회장을 지낸 강남중 사장은 타향살이에 지친 고객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주재원들에게는 ‘워싱턴의 터줏대감’으로 여겨진다.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시에 위치한 까치둥지는 최근 인근 애난데일이나 센터빌 등 새로운 한인타운을 주변으로 대형 마트와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 사장은 출장뷔페 등의 서비스는 계속할 것이며 조만간 센터빌 등 한인이 많은 지역에서 다시 개업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크고작은 교민행사 장소로 유명했던 한성옥도 오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

지난 1993년 8월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시 콜롬비아 파이크 현 위치에서 개점한 한성옥은 대형 연회실을 갖추고 있어 한인회 등 각종 단체들의 행사와 백일과 돌, 환갑연회 등 교민들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다.

한국의 전통 기와집같은 느낌이 들도록 식당 외부와 내부를 꾸며 한인들 외에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유력 언론에서 불고기와 갈비, 냉면 등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당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의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워싱턴을 방문할 때마다 이 식당을 찾았다.

한성옥이 문을 닫기로 한데는 최근 현지 당국이 미국 보험협회 안전시험소의 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한식당에서 사용하는 불판에 사용금지 딱지를 붙인 것과 무관치 않다.

당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UL 인증 불판을 구비하려면 테이블을 새로 바꾸고 안전검사까지 해야 하는 바람에 개당 4천달러 내외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옥의 이나선 사장은 “지난 10여년간 정기검열에서 문제되지 않았던 불판이 최근 당국의 단속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새로운 장비 등을 갖추려면 8만달러 이상의 거액이 들어가게 돼 고민끝에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총영사관에서도 진상파악에 들어갔지만 ‘안전’을 명분으로 현지 당국이 취한 조치를 바꾸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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