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주고 이집을 왜 사?

저가 주택
LA 인근 30만달러 이하대 주택의 외관, 외부와 내부에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아 최소 수만달러 대의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이 돈을 주고 왜 이런 집을 삽니까?”

한인 김 모 씨는 얼마전 오랫동안 계획했던 내집 마련의 꿈을 깨끗히 접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살만한 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맘에 드는 집은 비싼 가격에 융자가 어렵고 예산(약 30만달러)에 맞는 집은 돈이 아까울 정도로 거의 ‘흉가’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전문 포털 트룰리아의 최근 조사 결과를 봐도 김 씨와 같은 중산층 주택 구매자의 고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트룰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LA 카운티 주민의 중간 소득인 5만3001달러(30년 고정 금리 4.5%에, 20% 다운페이먼트 기준, 최종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은 수익의 31% 이하로 제한)로 구매 가능한 주택 가격은 약 27만 1000달러 정도다. 김 씨 정도의 소득수준의 사람이 살 수 있는 매물은 가주 전역의 주택 중 하위 24%(가격 기준)에 속하는 집들인데 이마저도 LA 주변에서는 와츠나 컴튼 등 저소득층 지역에서나 간혹 찾을 수 있는 주택 뿐이다. 만일 이사 비용과 수리 비용 그리고 에스크로 마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들 ‘흉가’마저도 김씨와 같은 중산층에게는 매입이 힘들다.

LA 카운티의 주택구매 가능 지수는 샌프란시스코(14%)와 오렌지 카운티(23%)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세번째로 낮은 것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39%에 비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김 씨는 “남들에게는 푼돈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전부라 할만큼 큰 돈이다. 그런데 그 전부를 걸고 이런 집 밖에 살 수 없다면 차라리 깨끗한 아파트를 빌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주택 구매 지수 23%, 전년 동기는 44%)는 LA 카운티보다도 주택 구매 여건이 더 열악하다. 오렌지카운티 주민의 중간(약 7만2000달러) 소득으로 살 수있는 집은 37만3000달러 주택이다. 이는 지역 주택 중간가를 수만 달러 밑도는 금액으로 실제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로케이션과 학군이 처지는 일부 외곽 지역에 몰려있다.

북가주까지 올라가면 집사기는 더욱 어려워 진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베이사이드(중간 소득 약 8만3000달러)는 주택 구매 지수가 단 14%(전년동기는 24%)로 전국 최악인데 중간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집들은 약 40만9000달러 선으로 실제 이 지역에서 40만 9000달러하는 주택은 실제 없다고 보면 된다. 일반 주택보다 가격이 저렴한 타운 홈도 이 돈으로는 사기 어렵다.

현재 가주 지역의 차압매물(30만달러 이하대 저가 매물)이 사실상 고갈됐음을 감안하면 주요 대도시에서 중산층이 집을 산다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가주는 미 전국에서 주택 구매가 어려운 상위 15개 지역 중 무려 8곳을 차지하면서 심각한 시장 불균형을 나타냈다. 1위~3위를 독식한 샌프란시스코, 오렌지카운티, LA에 이어 샌디에고가 주택 구매지수 28%로 5위에 올랐고, 샌호세가 31%로 6위, 벤츄라가 32%로 7위, 오클랜드가 42%로 11위, 그리고 리버사이드가 49%로 13위를 기록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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