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지난 주말 저소득층 주택 의무화 조항(주택 컴플렉스 건설 시 일정 유닛을 저소득 입주자에게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배분할 것을 의무화 하는 조항)에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대형 개발사들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브라운 주지사는 “오클랜드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이 조항으로 인해 개발사들이 투자를 중단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며 “규정 도입에 따른 장점보다는 투자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저소득층 주택 의무화 조항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150개 이상 시와 카운티는 지난 2009년 가주 법원의 무효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저소득층 주택 의무화 조항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샌디에고의 주 하원의원이었던 토니 앳킨스는 주법원의 위헌 결정 이후 소위 AB1229로 불리는 주민 발의안을 다시 상정해 각 시정부가 주택 개발시 저소득층 의무 규정을법제화 하는 안건을 추진해 왔고 지금까지 이 법안의 도입을 두고 찬반양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발사들은 “현재 오랜만에 돌아온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아파트를 포함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의무 규정이 도입될 경우 투자 감소는 물론 입주자들의 렌트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며 “건설사들의 투자 증가로 생겨나는 세수와 직업창출 그리고 경기 부양 효과를 생각하면 의무규정 폐지가 합리적인 결정이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캘리포니아 시 연합과 아파트 연합 등 의무규정 지지 단체들은 “의무 규정이 폐지되면 모든 건설사들이 수익만을 위해 개발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는 결국 저소득층의 거주 공간이 사라지는것으로 이어진다”며 “공공복지와 사회 균형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의무 규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운 주지사의 반대표 행사로 인해 한인타운 일대에 추진되던 다수의 저소득층 주택 건설 계획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LA 한인타운 주변은 지난해부터 저소득층이나 노인을 위한 아파트 건설이 꾸준히 추진돼 왔다. 윌셔와 버몬트 선상에 대형 아파트를 신축하고 있는 스나이더사가 100만달러 기부를 약속했고 각종 그랜트와 지원을 바탕으로 노르망디와 6가 선상에 위치한 노르망디 테라스나, 올림픽과 샌마리노 스트릿 사이 세라노에 위치한 ‘더 세라노’, 그리고 8가 선상에 신축 예정인 캐롤라인 세브란스 매너 등 총 1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여러개의 추가 개발계획도 준비돼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저소득층 유닛 건설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앞으로는 저가 유닛 신축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