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여신’ 마르자 봉게리히텐 “한국밥은 만병통치약”

‘김치여신’ 마르자 봉게리히텐 “한국밥은 만병통치약”

주류사회에 한국 전통문화 심는 세종문화회 지원차 시카고 방문

아메리칸대학 푸드코트에 한국식당 ‘김치여신’ 오픈

봉게리히텐
봉게리히텐 “한국음식은 나를 뿌리와 연결해준 가장 든든한 끈”

미국 PBS 방송의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Kimchi Chronicle·2011)로 주목받은 한국계 혼혈 마르자 봉게리히텐(37)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고아원 시절 사진을 내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음식은 소속 문화에 정체성을 갖지 못했던 나를 뿌리와 연결해준 가장 든든한 끈”이라고 말했다.
연합

“북한·싸이·김치가 한국의 전부는 아니죠. 삼성·LG로 상징되는 한국의 현재를 있게 한 이면의 저력, 우리 고유의 문화와 깊은 역사를 알리는 노력을 확대해갔으면 좋겠어요.”

미국 PBS 방송의 13부작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Kimchi Chronicle·2011)를 통해 세계인에게 한국의 향토음식과 고유 음식문화를 소개하며 주목받은 한국계 혼혈 마르자 봉게리히텐(37)은 14일 시카고에서 최근 근황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봉게리히텐은 시카고 전문직 한인들이 중심이 돼 미국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는 세종문화회(사무총장 루시 박 UIC 의대교수)의 연례 기금마련행사 참석차 시카고를 방문했다. 그는 “김치연대기는 지금도 인도 등 9개 나라에서 재방영되고 있고 하와이항공 기내에서도 방송되고 있다”며 “PBS가 방송지역을 계속 확대하는 덕분에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이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3세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봉게리히텐은 “김치연대기 촬영은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일깨워주고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준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면서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내 열정을 더 강화시켜주었다”고 털어놓았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셰프 장 조지 봉게리히텐(56)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음식에는 혼이 담겨 있다. 한국음식은 내 영혼을 위한 양식이고 만병통치약”이라며 “감기 몸살 기운이 있을 때 삼계탕을 먹으면 힘이 난다. 남편도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날엔 닭볶음탕을 찾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주변에 몸 아픈 사람이 있으면 데려다가 한국 음식을 해 먹인다”면서 “전통적인 한국 ‘집 밥’을 전세계인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봉게리히텐은 “한국음식을 외국인 입맛에 맞춰 만들고 한국 상품광고에 서양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세계화·국제화는 아닐 것이다. 진짜 한국적인 것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했다.

다음은 봉게리히텐과의 일문일답

- 김치연대기 이후 어떻게 지냈나.

▲ 미국 부엌에 한국음식 레시피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책 ‘김치연대기’ 사인회를 하고 요리쇼 출범을 추진하고 ‘김치연대기’ 여행코스 개발 구상도 하면서 매우 바쁘게 지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워싱턴DC에 있는 아메리칸대학 푸드코트에 한국식당 ‘김치 여신’(Kimchi Goddess)을 오픈했다. 내가 개발한 한국 음식 메뉴를 재료 선택에서부터 조리까지 책임지고 공급한다. 맛있고 영양있는 한국음식을 미국 젊은이들에게 공급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몹시 설렌다. 첫날 400명의 학생이 찾아와 놀랐는데 매일 800명 이상이 찾아온다.

- 지난 2010년 김치연대기 촬영 당시 남편 장 조지가 (미슐랭 가이드 최고등급 별3개 평가를 받은) 뉴욕의 장조지 레스토랑 등에 소개할 한국 음식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와 김치 핫도그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지금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 김치연대기 촬영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 프로그램을 지원한 한국 정부 측이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것,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우리는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향토음식과 길거리 음식 등 한국의 진짜 모습을 담고 싶어해 조율과 설득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 의견이 수용됐다.

- 촬영 당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가장 좋았던 곳은.

▲ 속초다.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 할머니와 이모들 그리고 가족이 사는 곳이라서 더욱 그렇다.

- 요리를 전공하지는 않았는데.

▲ 12세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고 19세 때 생모를 다시 만난 후 내가 속한 문화에 대한 내 열정을 깨닫고 엄마로부터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내 인생에서 잃어버렸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 열중했는지도 모르겠다.(눈물) 한국음식은 혼혈아로서 소속 문화에 정체성을 갖지 못했던 나를 뿌리와 연결해준 가장 든든한 끈이다. 게다가 사람들 챙겨 먹이는 것이 한국 엄마들의 특징 아닌가.

- 여전히 직접 김치를 담그나.

▲ 물론이다. 내게 한국 음식을 처음 맛보게 해주고 김치담는 법을 가르쳐 준 엄마도 이제 내 김치를 기다리고 장조지 식당 직원들도 내 김치에 환호한다. 한번에 약 20통 정도씩 담기 때문에 배추를 절일 때 부엌 싱크대에서는 불가능해서 욕조를 이용한다. 딸 클로이(13)는 기겁을 하지만 깨끗이 씻고 하면 괜찮은 것 아닌가.(웃음)

- 가족을 위해 자주 만드는 음식, 가장 자신 있게 만드는 음식은.

▲ 딸이 떡국과 미역국을 좋아해서 자주 한다. 또 노란무와 아메리칸 치즈가 같이 들어간 김밥도 인기가 좋다.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고등어조림이다. 양념은 고추장·고춧가루·액젓·마늘 등을 넣은 ‘엄마 페이스트’를 한꺼번에 만들어놓았다가 여러 요리에 활용한다.

- 한국음식을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보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외국인 입맛에 맞추려고 음식맛을 바꾸지 말고 한국식 그대로 맛볼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식대로 해주면 더 좋아하고 더 잘 먹는다. 한국음식 냄새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인들이 치즈냄새 걱정하는 것 봤나. 당당해져야 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현재에 대한 이야기만 있지 지금을 있게 한 아픈 역사와 우리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정보와 설명이 부족하다. 드라마 대장금이나 영화 황진이에 등장하는 배우와 소품·배경 등은 세계인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일본의 사무라이나 게이샤에 대한 이야기에 비해 한국 역사는 너무 가려져 있다.

-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 한국의 싱글맘 자녀 5명을 후원하고 있다. 3명은 내 딸과 같은 나이고 2명은 그보다 나이가 좀 더 많다. 경제적 능력 때문에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엄마가 없도록 하기 위해 지원한다. 딸을 고아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우리 엄마를 위해 하는 일이기도 하다.

3년 전부터는 한국계 혼혈 미 프로풋볼(NFL) 선수 출신 하인즈 워드의 혼혈아 지원 재단을 돕고 있다. 첫해에는 장조지 레스토랑에 데려가 밥을 먹이는 것만 했는데 이듬해부터는 10여 명의 아이를 집에 데려와 직접 한국 음식을 해먹이고 딸과 함께 박물관과 타임스스퀘어 관광도 해주었다. 훨씬 더 마음이 좋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재료와 조리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건강식 한국 음식을 더 널리 보급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시카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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