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왜 미라클 마일을 떠나나

버라이어티 본사 빌딩
미라클 마일에 위치한 버라이어티 매거진 본사 빌딩의 외관

LA 한인타운 인근의 전형적 부촌인 미라클 마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간 미라클 마일 상업용 부동산의 호황세를 이끌던 대형 보험사와 미디어 기업들이 속속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윌셔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라클 마일에서는 파머스와 머큐리 등 대형 보험사는 물론 버라이어티 매거진, E 엔터테인먼트 TV,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 그리고 NBS 유니버설 등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그룹의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보험사와 미디어 그룹들은 지난 수십여년간 미라클 마일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상승을 주도하던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의 기업들이 새로운 고향을 찾아 짐을 꾸리고 있다. 파머스는 우드랜드 힐스로 NBC 유니버설은 유니버설 시티를 새 보금자리로 정했다. 이외에도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도 건물 리스 계약이 끝나는 내년이면 미라클 마일을 떠날 것이 유력하다.

캐시디 털리 잉크의 리서치 담당인 아티 마하라지 부사장은 “지금과 같은 연쇄 이탈이 계속 이어진다면 보험 및 미디어 업계에서 미라클 마일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미라클 마일 상업용 부동산의 정체성을 흔든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왜 미라클 마일을 떠나는 것일까?

미라클 마일은 지난 세월 LA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은 물론 LA 다운타운이나 웨스트 LA 혹은 웨스트 할리우드 중심부의 상업용 빌딩 보다 스퀘어 피트 당 약 80센트 이상 낮은 렌트비를 앞세워 기업들을 유치해 왔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이어졌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이들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의 소유주를 상당 수 바꿔 놓았다. 문제는 바뀐 건물주들이 건물 매입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데서 시작한다. 새 건물주들은 투자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렌트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곧 리스 비용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라클 마일만의 강점이었던 낮은 렌트비의 메리트가 사라져 버렸다.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자 대부분의 기업들은 더 낮은 렌트비를 찾아 떠나거나 가격이 하락한 빌딩을 매입해 자체 사옥을 마련하는 방법을 택했고 이는 곧 미라클 마일 상업용 빌딩의 공실률 상승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건물주 특히 새 건물주들의 착각은 렌트비를 올리더라도 새 테넌트를 입주시키는게 어렵지 않다고 믿는 것이다”며 “기존 테넌트들이 대거 이탈하면 신규 테넌트로 이를 상쇠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기존 테넌트를 잘 관리하는 것이 수익 창출의 관건이다”고 충고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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