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된 드라마의 부진한 성적을 두고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제작진은 그에 반하는 성과를 읊었다. 방영도 전부터 일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 높은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는 논조였다. 실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그리고 미주-유럽까지 뻗어 나간 작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시청률은 바닥. 지난해 전파를 탄 KBS2 ‘사랑비’의 이야기다.
‘사랑비’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만 같은 작품이 올해 또 등장했다. 여전히 KBS에서, 또 ‘사랑비’의 남자 주인공 장근석도 그대로다. 지난 20일 막을 올린 ‘예쁜남자’(극본 유영아, 연출 이재상 정정화 신용휘)가 그것. 사실 이 드라마 역시 베일을 벗기 전부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높은 관심은 예견된바. ‘아시아의 프린스’로 불리는 장근석의 출연만으로 합격점, 작품의 완성도나 내용은 차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쁜남자’는 첫 회부터 시원찮은 성적으로 출발했다. 전작 ‘비밀’의 종영회 18.9%(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보다 12.6%포인트 하락한 6.3%. 동시간대 2위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이후 지난 28일 4회분까지 줄곧 내림세다. 급기야 수목극 꼴찌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시아의 프린스’ 장근석과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사실상 이날 시청률은 KBS에서 내보내는 드라마 중 최저 시청률과도 같다. 같은 날 전파를 탄 아침드라마 ‘은희’부터 일일드라마 ‘루비반지’, 그리고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모두 두자릿수이다. ‘예쁜남자’는 드라마와의 경쟁은 고사하고, 다큐-교양프로그램보다도 낮은 성적을 거뒀다.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걸 입증하는 대목이다.
비단 수목극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월화극 ‘미래의 선택’(극본 홍진아, 연출 권계홍 유종선) 역시 지난 26일 방송분으로 4.3%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최저’ 굴욕을 맛봤다. 초반 성적은 비교적 나쁘지 않았으나, 신선한 소재를 살리지 못하고 흥미를 떨어뜨리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뺏겼다.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둔 상황이라 큰 폭의 시청률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매듭을 잘 짓는다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이처럼 현재 KBS의 골든타임 드라마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프린스’도, 애칭에 국민이 붙는 ‘여동생’도, 다채로운 기법 없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비밀’의 성과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급하게 제작 수순을 밟게 됐고, 이제는 필수조건이 돼 버린 ‘아이돌 출연’도 없었지만 국내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수목극 왕좌를 굳건히 하다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침표를 찍은 ‘비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흥미, 공감을 시청자들은 원한다.
이래도, ‘수출 쾌거’를 운운하는 것이 정답인가.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