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인 미션 던져주었더니…6명의 개그맨들 6色 재미가…”

KBS ‘인간의 조건’은 신미진<사진> PD가 기획했다. 정규 프로그램이 된 지도 10개월이 넘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입사한 신 PD는 ‘불후의 명곡’을 연출했던 고민구, jtbc로 옮겨 ‘썰전’을 연출하는 김수아 PD와 동기다. ‘열린 음악회’ ‘해피투게더’ ‘야행성’ ‘스폰지’ ‘1대100’의 PD를 거친 후 ‘백점만점’으로 메인 PD가 됐으나 6개월 만에 종영됐다. 이번에 기획한 ‘인간의 조건’은 자리를 잘 잡았다. 롱런할 수 있는 토양이 구축됐다.

“우리가 할 만한 이야기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이웃사촌’ 편도 던질 만한 주제인가, 가치가 있나, 시청자들이 공감해줄까를 생각했다. 제작진은 체험 과제만 촘촘히 짜주면 나머지는 멤버들이 풀어준다.”

신 PD는 “멤버들이 체험 주제를 미리 알려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다. 우발적인 상태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는 것”이라면서 “숙소 앞집의 친척이 강화도에서 배추 농사를 한다는 사실 등은 모두 즉흥적으로 알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신 PD는 “ ‘이웃사촌’ 편을 할 때 왜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하는 게 당연한 걸까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빨리 친해져라, 뭘 얻어와라가 아니라 적어도 인사는 하는 게 좋지 않을까를 고민해본다. 우리 다음 세대는 이웃끼리 더 각박해지고 나만 아는 아이들의 정도가 더 심해질 텐데, 이런 걸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 PD는 “ ‘인간의 조건’은 너무 계도적이지도 않고, 분위기에 취한 감성도 아니다. 딱딱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다”면서 “계도적인 걸 특히 싫어한다. ‘책 읽으며 살기’에서는 롤모델을 정하지 않고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신 PD는 “여기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수양이 많이 된 사람들이 아니다”고 했다. 김준호처럼 적당히 뺀질, 깐죽거리는 멤버도 있고 허경환처럼 ‘싫은 건 싫다’는 식으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멤버가 있어야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 착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좋은 주제지만 ‘이걸 왜 나한테 시키지’ 하다가 깨달아가는 게 좋다. 그래서 신 PD는 멤버들에게 미션의 의미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모두 다 다르게. 6가지 색깔로.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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