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출국…부상 딛고 첫 실전
탱고곡 쇼트·프리 새프로 첫선
“강력한 소치올림픽 금 후보”
해외언론 ‘피겨 퀸’ 복귀 큰관심 내년 2월 마지막 종착지인 러시아 소치로 가는 길, 중간 기착지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어떤 수확을 거둘까.
‘피겨퀸’ 김연아(23)가 마침내 올시즌 첫 출격한다. 무대는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개막되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피겨스케이팅 대회. B급 대회이지만 올해로 46회째를 맞는 전통있는 국제대회다. 김연아는 3일 오후 1시10분 대한항공 KE933편으로 출국,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친 뒤 ‘올림픽 모의고사’에 들어간다. 6일 오후 9시40분 시작되는 쇼트프로그램과 7일 오후 10시 프리스케이팅에 차례로 나선다.
전세계 피겨팬들이 고대했던 ‘피겨여왕’의 올림픽 시즌 첫 실전무대다. 프로그램과 의상 등 2014 소치올림픽 비장의 무기들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김연아는 당초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를 통해 올림픽 프로그램을 처음 펼쳐보일 예정이었지만 오른발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부상으로 실전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새 프로그램이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Clowns)’, 프리스케이팅에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탱고 곡으로 꾸미는 프리스케이팅은 김연아 자신이 “그동안 해온 연기 중 가장 난도가 높다”고 말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2006-2007 시즌 쇼트프로그램을 탱고(‘록산느의 탱고’)로 선택하며 시니어 무대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한 김연아가 은퇴 무대의 마지막 프리스케이팅을 탱고로 골랐다는 점에서 피겨팬들의 기대를 더욱 부풀리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김연아의 무대를 보기도 전에 올림픽 2연패를 장담하는 분위기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 ‘동계올림픽의 낯익은 얼굴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김연아를 조명했다. 20개팀의 스타들 가운데 아시아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
SI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현역 챔피언인 김연아는 TV쇼 호스트와 광고모델 활동으로 2년간 쉬었지만 지난해 복귀해 세계선수권대회 타이틀을 따냈다”며 “부상에서만 회복된다면 다시 한 번 금메달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는 “김연아가 이번에도 소치의 아이스링크에 여유있게 안착할 것같다. 카타리나 비트에 이어 올림픽 사상 두번째 여자 싱글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고 했다.
정재은 대한빙상연맹 피겨 심판이사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즌 첫 대회에서 몸에 안맞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데 김연아는 이미 새 프로그램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스스로도 많이 익숙해졌다고 한 만큼 실전에서 새 프로그램을 얼마만큼 제대로 표현할지 기대된다”며 “실전 후 피드백을 통한 수정과 보완, 휴식과 체력 보강 등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치올림픽까지 남은 2개월 동안 충분히 최고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공교롭게도 김연아가 출전하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가 열리는 기간 일본 후쿠오카에서 ISU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올시즌 6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의 상위 6명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왕중왕 전’ 격의 대회로, 사실 ‘미리보는 소치올림픽’이 돼야 하는 무대다. 하지만 김연아가 빠져 ‘올림픽 전초전’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데다 설상가상 김연아가 출전하는 대회와 동시에 열려 맥빠지는 대회로 전락했다. 지난해에도 김연아가 20개월 만에 복귀한 NRW트로피대회와 동시에 열려 관심이 뚝 떨어졌었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는 그랑프리 2관왕 아사다 마오(일본)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 애슐리 와그너(미국), 안나 포고릴라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엘레나 라디오노바(이상 러시아) 등이 출전해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