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 美원유, 나홀로 급락…국제유가와 격차 더 벌어졌다

셰일혁명에 따른 원유 생산량 급증으로 미국 멕시코만 일대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ㆍ루이지애나경질유(LLS) 등과 북해산 브렌트유ㆍ두바이유의 가격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서 주로 생산ㆍ거래되는 원유 가격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92.7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109.69달러로 마감한 국제 원유 시장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와는 약 17달러의 가격차를 보였다. 이날 두바이유 선물가격(배럴당 106.17달러)과도 13.45달러 차이가 났다.

WTI 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27일엔 6개월 만에 최저치(종가 기준)인 92.30달러를 기록해 브렌트유보다 19.01달러, 두바이유보다 15.23달러 낮기도 했다.

특히 LLS의 경우 배럴당 가격은 지난달 28일 95.30달러까지 추락,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보다는 16.01달러나 낮은 것으로, 로이터가 관련 자료를 수집한 지 20년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LLS는 브렌트유보다 유황 성분이 적게 함유된 고품질 원유로, 통상 브렌트유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으나 올들어 가격 역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미국 원유와 브렌트유의 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셰일혁명으로 원유 생산량과 재고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미국 주간 원유재고는 전주대비 295만배럴 늘어난 3억9140만배럴을 기록,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총 802만배럴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또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의 셰일석유 생산량이 급등, 2015년이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지나치게 많은 원유가 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WTI와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란 합의가 있었지만 이젠 ‘스프레드’(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미국 원유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 증산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가격 하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설문에서도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브렌트유의 가격대가 WTI보다 배럴당 평균 6.80달러 비싸게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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