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엔 피아노 중심의 소박한 편곡과 힘을 뺀 목소리로 앨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왈츠’를 비롯해 ‘투명인간’ ‘친구’ ‘떡볶이 식사’ ‘심증’ ‘이별공부’ 등 10곡이 담겨 있다. 봉고(중남미의 타악기)로 리듬을 끌고 가는 ‘친구’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원곡을 커버한 ‘소 틴야 지 세르 콩 보세(So Tinha De Ser Com Voce)’ 같은 곡을 제외하면 보사노바와는 조금 거리를 두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에 담긴 펑키한 리듬의 타악기와 기타 연주, ‘회한은 없다’에 담긴 브라질 전통악기 카바키뇨(Cavaquinhoㆍ우쿨렐레와 비슷한 모양의 악기)의 이국적인 소리는 앨범을 단순한 팝으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소히는 “언어와 토양이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른 국가의 전통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요의 범위는 대단히 편협하다. 내가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보사노바와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팝에 접목시켜 가요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안한 목소리와 음악과는 달리 가사의 행간에 담긴 메시지의 부피는 만만치 않다. ‘투명인간’은 장기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측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경쾌한 삼바 리듬이 인상적인 ‘심증’은 성추행을 폭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 상처받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지난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 주세요’를 통해 먼저 세상에 나왔다. ‘떡볶이 식사’의 “빛나는 웃음에 갑자기 서글퍼져. 빚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살림살이” 같은 가사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노점에서 떡볶이로 한 끼를 때우면서 노점의 주인을 동정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부의 부적절한 분배라는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시켜 많은 생각의 여지를 준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두 곡 ‘이별공부’와 ‘꿈 같아’는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의미심장한 가사로 청자에게 짙은 잔상을 남긴다.
소히는 “‘이별공부’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곡으로, 생전에 아버지는 살아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려 깊게 가르쳐 주셨다”며 “나도 언젠가는 죽음과 마주하게 될 텐데 그 전까지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곡으로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소히는 “오는 28일 서울 서교동 텅스텐홀에서 열리는 ‘온리 브라질’ 공연 무대에 오르고, 내년 1월께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라며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한철의 올댓뮤직’ 등 라이브로 온전히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무대에 올라 더 많은 대중에게 앨범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