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은 실제 장미정 씨의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평범한 주부가 마약 운반범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프랑스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갇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송정연(전도연 분)이 프랑스 공항에서 보안관의 호출을 받고 뒤돌아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송정연과 남편 종배(고수 분)의 가족의 생활이 순차적으로 그려지며 송정연이 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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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소재인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정연은 한국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빌어도 보지만 소용이 없다. 국가가, 외교통상부가 외면한 정연에게 한 줄기 희망은 오로지 딸과 남편 뿐이다.
영화는 나라로부터 철저히 소외 받은 평범한 주부가 타지에서 보내는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을 촘촘히 구성해냈다. 실제로 방은진 감독이 “객관적인 사실에 위배되지 않는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힌 만큼 작위적인 감동을 요구하거나, 연출에 있어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다.
배우들의 호연 역시 돋보였다. 4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한 전도연과 고수의 부부호흡은 그간의 우려와는 달리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극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전도연은 약 2년의 공백이 무색할만큼 완벽한 호연을 선보였다. “영화를 찍는 동안만이라도 정연이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났다. 캐릭터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고,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솜씨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주로 젠틀한 이미지를 어필했던 고수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아내를 지키지 못한 힘 없는 가장 캐릭터를 강약을 조절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더불어 길고 긴 시간 타지 교도소에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평범한 주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강조한 가족애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따뜻함’을 찾아 볼 수는 없다. 무거운 소재를 지루하게 끌지 않은 감독의 연출력은 대단하나, 이야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강조해야 할 ‘온기’가 없어 아쉽다. 눈시울을 자극하는 영화인 것은 확실하나, 따뜻함이 부족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봉일은 12월 11일.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