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출신 실험적 콘텐츠 명성
‘예능 ‘히든싱어’ 조승욱 PD 등
‘연타석 장타로 지상파 위협
tvN 이명한 사단
‘옛옛KBS 스타PD, 최강라인업 구축
‘꽃누나’ 나영석·‘응사’ 신원호
‘10년 호흡 막강 기세 사모임도
지난 2011년, 지상파 PD들의 엑소더스(Exodus)가 극심해졌다. 케이블TV와 종합편성 채널로 이동한 지상파 예능국의 스타 PD들, 따로 또 같이 움직인 2년이 흐르자 그들의 이름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당연히 채널에서 론칭한 프로그램의 잇따른 히트에 따른 결과다. 때문에 요즘을 일컬어 방송가는 ‘스타 PD 전성시대’라 부른다.
나영석 CJ E&M PD는 “모든 문화의 현상이 과거 영화를 소비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환경이 변했다. 과거엔 누가 무엇을 하든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출자의 개성이 묻어나오는 시대가 됐다. 장르가 복잡해지고 깊이도 세분화된 지금 누구의 색깔도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여운혁 CP는 MBC를 이끌던 대표 스타 PD였다. 1993년 MBC에 입사, 2000년 ‘목표 달성 토요일’로 이름을 알렸다. 김영희 특임국장으로 시작해 김태호 PD ( ‘무한도전’)로 이어지는 MBC 예능의 힘은 ‘브랜드’에서 나온다는 명제를 몸소 실천했던 스타 PD 가운데 한 명이다. ‘천생연분’ ‘황금어장’의 연출에 이어 ‘무한도전’ ‘놀러와’ ‘우리 결혼했어요’ ‘명랑 히어로’ 등을 총괄 기획하는 CP(책임 프로듀서)로 자리했고, 숱한 후배 PD들을 스타로 양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JTBC 간판예능‘ 히든싱어’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 |
2011년 여운혁 CP는 JTBC로 몸을 옮겨 담았다. 여 CP의 행동 반경은 넓어졌다. 지상파에선 시도하기 어려운 정치ㆍ경제ㆍ의학 콘텐츠를 예능에 접목했다. 실험적인 콘텐츠는 최근 연이은 장타를 날렸고, 여운혁 CP의 이름 역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종편의 원조 ‘떼토크’인 ‘닥터의 승부’를 비롯해 ‘썰전’과 ‘마녀사냥’ ‘유자식 상팔자’, 최근 폐지된 ‘적과의 동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여운혁 라인’으로 불리는 스타 PD 군단도 속속 숨어 있다. 지상파 PD 엑소더스에 합류했던 조승욱 PD는 KBS( ‘불후의 명곡’)를 떠나 ‘히든싱어’를 연출 중이고, 성치경ㆍ방현영 PD는 MBC ‘느낌표’와 ‘무릎팍도사’를 통해 여 CP와 인연을 맺은 이후 각각 JTBC에서 ‘유자식 상팔자’와 ‘적과의 동침’을 만들어냈다.
이명한 사단 역시 빠질 수 없다. 사실 현재 지상파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이들 이명한 라인이다. 2011년 CJ E&M으로 둥지를 튼 이명한 PD는 KBS 23기 공채 PD로 입사해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스타 골든벨’을 비롯해 ‘해피선데이’를 제작하며 KBS 예능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최근 CJ그룹 인사 당시 tvN 제작기획총괄국장으로 승진한 이명한 PD에겐 세 명의 든든한 아군이 있다. 신원호 PD,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다. 현재 tvN의 금요일 밤을 이끌고 있는 최강 라인업의 주인공들이다.
JTBC 여운혁 CP tvN 이명한 국장 |
네 사람의 인연은 KBS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연결고리의 중심에 바로 이우정 작가가 있다. 이명한 국장과 이우정 작가는 2003년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을 통해 처음 만났다. 이 국장의 첫 입봉작이었던 ‘장미의 전쟁’의 메인 작가가 이우정 작가였고, 조연출이 나영석 PD였다. 나영석 PD의 경우 이 국장의 5년 후배다. 이후 2004년부터 ‘해피선데이’를 통해 구축된 이명한 사단. KBS ‘해피선데이’가 지상파 최고시청률을 써내며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던 시절 나 PD가 ‘1박2일’을, 입사 동기 신원호 PD가 ‘남자의 자격’을 연출하며 ‘예능 황금기’를 이끌었다.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은 따로 또 같이 ‘응답하라1994(신원호-이우정)’와 ‘꽃보다 할배’에 이어 ‘꽃보다 누나(나영석-이우정)’까지 내놓으며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 프로듀서가 바로 이명한 국장이다.
이명한 사단의 막강한 기세는 정체불명의 사모임까지 만들었다. 이른바 ‘여의도 연구소’다. 집권여당의 정치자문연구소 느낌까지 감도는 ‘여의도 연구소’에 대해 나영석 PD는 사실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며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서로의 기질과 생각이 비슷하고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공통 관심사는 평범하고 찌질한 인간이다. 대단한 사람도 한 꺼풀 벗겨내면 보통사람이고, 평범한 시민들 안에도 위대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고민하며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정을 떠나 승승장구 중인 후배 PD들을 보는 지상파 예능국 선배들의 마음은 복잡다단하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사실 KBS의 예능 전성기를 이끌었던 PD들이다. 덕분에 지금은 가장 큰 위험요소로 느끼지만 후배들이 나가 선전하고 있는 모습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다”고 바라봤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