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은 ‘서울 호텔시장 동향ㆍ수급전망 연구’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서울의 호텔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실은 “수요가 가장 많았던 해를 제외한 나머지 2년간의 평균치를 보수적 관점으로 추정할 때 2014년의 객실 수요는 3만 1899실로 공급량인 3만 2348실을 소폭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울시내 호텔 공급이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공급 초과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시는 당초 2012년 숙박 수요를 5만 5919실, 2013년 6만 1176실까지 예상하고 호텔 신축허가를 완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숙박 수요는 4만 3830실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서울ㆍ수도권 지역 호텔 공급초과를 걱정할 때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서울지역 호텔의 객실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인 관광객이 최근 엔화 약세 및 한일 간의 감정 악화로 인해 방한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4월까지 누적기준으로 일본인 관광객 수를 앞서면서 두드러진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최근 중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세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4년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평균 12.5%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서울지역의 호텔을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지역의 호텔 객실가동률은 평균적으로 서울 근교 및 지방의 객실가동률보다 높게 나타난다. 실례로 서울 도심지역 일부 비즈니스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지난 2011년에 9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에 근거해 이 보고서는 “2011년 객실의 2배 물량이 2017년까지 공급되더라도 평균 객실 가동률이 70%에 달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율이 최근 5개년의 절반 수준으로만 증가하면 기존 호텔의 수익성과 자산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객실 가동률 70%를 기준으로 할 경우 객실부족 규모가 올해 8500여실에서 내년엔 8086실, 2015년엔 5505실로 줄겠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객실 가동률은 80%로 잡을 경우 부족 규모가 올해 약 5000실에서 내년엔 4000실로, 2015년엔 520실로 대폭 줄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환율 등 외부 조건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그리스처럼 산업기반이 튼튼하지 않고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외환위기에 몰리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리스는 19세기 초 독립 이후 무려 5번이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바 있다. 불확실성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객실 운영과 고객 유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호텔이 외국인 관광객의 증감에 관계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