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공급 과잉 vs 부족…호텔 신축 붐 향한 엇갈리는 목소리

지난해 11월 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1개월 빠른 10월 말에 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 확보에 노력 중이다. 이 같은 호텔 공급에 대해 과잉이라는 의견과 부족하다는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월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은 ‘서울 호텔시장 동향ㆍ수급전망 연구’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서울의 호텔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실은 “수요가 가장 많았던 해를 제외한 나머지 2년간의 평균치를 보수적 관점으로 추정할 때 2014년의 객실 수요는 3만 1899실로 공급량인 3만 2348실을 소폭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울시내 호텔 공급이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공급 초과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시는 당초 2012년 숙박 수요를 5만 5919실, 2013년 6만 1176실까지 예상하고 호텔 신축허가를 완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숙박 수요는 4만 3830실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서울ㆍ수도권 지역 호텔 공급초과를 걱정할 때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서울지역 호텔의 객실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인 관광객이 최근 엔화 약세 및 한일 간의 감정 악화로 인해 방한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4월까지 누적기준으로 일본인 관광객 수를 앞서면서 두드러진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최근 중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세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4년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평균 12.5%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서울지역의 호텔을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지역의 호텔 객실가동률은 평균적으로 서울 근교 및 지방의 객실가동률보다 높게 나타난다. 실례로 서울 도심지역 일부 비즈니스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지난 2011년에 9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에 근거해 이 보고서는 “2011년 객실의 2배 물량이 2017년까지 공급되더라도 평균 객실 가동률이 70%에 달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율이 최근 5개년의 절반 수준으로만 증가하면 기존 호텔의 수익성과 자산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객실 가동률 70%를 기준으로 할 경우 객실부족 규모가 올해 8500여실에서 내년엔 8086실, 2015년엔 5505실로 줄겠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객실 가동률은 80%로 잡을 경우 부족 규모가 올해 약 5000실에서 내년엔 4000실로, 2015년엔 520실로 대폭 줄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환율 등 외부 조건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그리스처럼 산업기반이 튼튼하지 않고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외환위기에 몰리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리스는 19세기 초 독립 이후 무려 5번이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바 있다. 불확실성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객실 운영과 고객 유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호텔이 외국인 관광객의 증감에 관계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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