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즌3는 시작부터 캐릭터가 제대로 잡혔다. ‘큰형‘ 김주혁의 포근하면서도 약간은 허당 같은 모습은 절로 웃음을 유발한다. 김주혁에게는 벌써 ‘국민영구’라는 별명이 붙었다. 수염 깎는 것 하나로 20여분을 웃길 수 있는 데프콘의 치고빠지는 토크와, 어느 순간에도 엉뚱한 소리를 할 수 있는 정준영, 전천후 개그 감각을 보여주는 김준호 등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박2일‘의 두번째 동력은 이 캐릭터들이 대부분 호감도도 높다는 점이다. 사실 출연자들은 마음이 무겁다. ‘1박2일’ 시즌2가 동시간대 시청률 최하위에 그쳐 과거 명성을 찾아야 겠다는 조급함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김주혁은 연기자 세계에서는 나름 스타고,큰 선배다. 하지만 예능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굴욕적 상황에 직면한다. 인기투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유쾌하게 만들어내는 김주혁의 모습은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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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은 외모와 달리 매우 성실하다. 그의 토크는 평소 생활과 현실에서 나온 것이어서 편집으로 잘려 나갈 확률이 적다. 정준영과 김준호는 엉뚱하지만 말에 가시가 없고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 짧은 웃음이지만 개운하다.
세번째 힘은 유호진 PD의 능력에서 나온다. 게임에서 출연진의 심리를 잘 끄집어낸다. ‘1박2일‘ 시즌3는 시즌2보다는 시즌1과 가깝다. 여기에 마광수 교수 같이 순하고 힘 없어 보이는 유 PD의 ‘지능’이 더해졌다. 강원 인제의 ‘혹한기 캠프’에서 땅 한 번 파게 한 후 50분간 게임이 이어졌다. 그 구덩이로 물을 퍼다 나르고, 그 물로 등목을 하고, 그 구덩이를 뛰어넘는 멀리뛰기 게임을 하게했다. 이쯤되면 단순게임이 아니라 엄청난 ‘밀당’이 이뤄진 것이다. 15일 방송 ‘비포선셋’(Before Sunset)에서는 해가 지기 전까지 서해안을 따라 캠핑용품을 하나씩 장만하는 레이스를 펼쳤는데,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그 콘셉트를 따왔다. 유 PD는 멤버들에게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면서 욕심 때문에 지쳐서 죽었다는 소설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멤버들이 욱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심리를 잘 잡아내는 유호진 PD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1박2일‘ 시즌 3가 아직 여행의 맛을 느끼게 하는 단계까지 온 것은 아니다. 여행은 여행지보다는 어떻게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시즌3가 ‘여행이 주는 감성‘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