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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 반짝 특수
올해 초 시작은 산뜻했다. 1월 뉴욕에서 시작돼 달라스, 시카고, 애틀란다, 라스베가스 등 미국 내 주요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의류전시회에 참가한 한인 업체들은 1분기만 해도 예년보다 10~20%가량 늘어난 주문량으로 오랜 불황을 깨고 재도약으로 가는 한해가 될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덕분에 원단과 봉제 등 연관된 업종들 역시 예년보다 주문량이 늘어 잠깐이긴 했지만 즐거운 비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올 한해 지속될 것만 같았던 호경기의 신호가 끊어진 것은 지난 4~5월 사이. 더욱이 예년보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여름철에 대비해 만들어 놨던 의류제품의 재고가 급격하게 늘기도 했다.
비수기를 지나 연말 쇼핑 시즌에 앞서 도매 판매가 이뤄지는 10월 중순 이후 기대했던 매출 증대는 올해는 찾아 오지 않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이들 업체들의 달라진 구매 패턴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처럼 대규모 주문을 통해 구매 단가를 낮췄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들어 재고 부담을 덜고 창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소량으로 자주 주문하는 형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인 업체들의 납품 단가는 예년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욱 낮추라는 요구도 많아지고 있어 이래 저래 힘든 한해를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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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수입원 발굴
업계에서 평가하기에 가장 어려웠던 한해를 보냈지만 그래도 내년부터 시작되는 미래를 위해 새로운 씨앗도 뿌렸던 한해로 기억된다.
우선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찾아 오는 구매자들의 급감으로 인해 그동안 흔히 말하는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던’시대의 종말을 고하게 됐다.
포에버21으로 대표되던 대형 의류 유통업체 몇군데가 주된 거래처였던 것에서 이제는 미국내 주요 의류 유통업체들의 LA의류 도매업계를 찾을 정도로 각 업체뿐 아니라 한인의류협회 차원에서도 바이어를 확대하는 작업에 속도전을 내고 있다.
개별적인 접촉으로 넓혀가던 바이어를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도된 것은 협회가 주관이 되고 그동안 미국내 주요 지역에서 열리는 의류전시회에 참여했던 100여개의 한인 업체가 힘을 모아 시작한 LA어패럴쇼가 대표적이다.
9월 열렸던 이 행사는 첫 행사라는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메인스트림 패션 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 모아 개최지였던 캘리포니아 마켓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양측간 상생을 위해 새로운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과 멕시코 등 해외 판매처 다변화를 위해 시도 역시 올해 주목을 모았다. 올 한해 의류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멕시코에 첫 의류전시회 참가와 LG패션, 패션그룹 형지 등 한국내 굴지의 패션 대기업과의 협력의 틀을 만들어 갔다.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협회 주도로 지속적인 미국내 시장에 국한됐던 이 지역 한인의류업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생긴 것으로 풀이되며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 할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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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게 더 싸게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노력도 올해 빼 놓을수 없는 업계의 모습이다.
지난 11월 초 협회주도로 처음으로 꾸려진 대규모 해외 시찰단은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지 공장 견학과 전반적인 생산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 기관과 현지 업계와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캄보디아는 여전히 매월 100달러 안팎의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미국 내 전세계 제조업체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생산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이 여전히 열악해 실제 진출까지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여전히 많아 보인다.
개별 업체의 멕시코 진출도 눈길을 모았다.
한인 의류업체인 베네핏 어패럴이 추진하고 있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테오칼티체시에 조성되는 대규모 봉제 시설은 미국과 차량으로 26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높은 접근성과 함께 시간당 30~50센트에 불과한 낮은 인건비로 인해 진출 발표와 함께 업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또한 차량으로 1시간 이내 거리에 멕시코 3대 의류 도소매 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단순히 생산지 대체 효과를 넘어 현지 소비까지 가능한 장점까지 부각됐다.
하지만 여전히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 현지 사정으로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업체들도 더러 있지만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멕시코 신정부의 해외 투자 유치 활성화 정책과 각 주 및 시정부의 노력으로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가 안될 정도의 각종 지원 혜택도 충분히 활용할 만 하다.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회장은 “올 한해는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수 없다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올해 시작된 변화의 작은 물결이 내년에는 더욱 거센 파도처럼 변하게 될 것”이라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항해할수 있도록 한인 의류업계의 역량을 모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