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능 포맷 수출 최고 프로그램에
‘여자 윤후’ 안젤라·신디 등 이미 스타
시즌2 광고입찰엔 무려100개기업 참여
중국판 ‘나는가수다1’도 전국시청률 1위
[창사ㆍ상하이=서병기 선임기자] 요즘 중국 TV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예능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중국판 ‘아빠 어디가’인 ‘빠빠취날’이다. 시청률이 이미 5%대를 넘었고 시청점유율은 20%를 훨씬 넘어섰다. 중국에서 TV가 있는 10가구 중 2~3가구가 ‘아빠 어디가’를 시청하는 셈이다.
위성TV가 40개가 넘는 중국에선 시청률이 1%만 넘어도 성공작이다. ‘빠빠취날’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는 시청률이 8%대까지 나온다. 이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CF에서는 ‘취날’(어디가)이 아예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기자는 ‘빠빠취날’을 제작하는 후난위성TV가 있는 창사(長沙)와 상하이(上海)를 방문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빠빠취날’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열을 내며 이야기했다. ‘여자 윤후’라고 할 수 있는 안젤라(영화감독 왕악륜의 딸), 키미(가수 겸 배우 임지령의 아들), 신디(전 다이빙 선수 전량의 딸) 등 출연하는 아이들은 이미 스타가 돼 있었다. 우리보다 한두 살 어린 아이들이라 조금 더 엉뚱하고 귀엽다. MBC로부터 판권을 지불하고 포맷을 수입해 만드는 만큼 한국처럼 각자의 집에서 짐을 꾸려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 앞에는 아이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이 몰려온다.
TV 예능‘ 아빠 어디가’ |
‘빠빠취날’은 27일 12회로 시즌1을 끝낸다. 베이징 근교 시골, 사막 등을 다녀왔으며, 마지막 행선지는 눈으로 덮인 동북3성을 방문했다. 아이들은 신문지로 도배해놓은 낡은 시골집에서 힘들어하면서도 아빠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썰매를 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빠 어디가’는 중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모바일게임, 캐릭터로도 나온다. 시즌2에 출연하려는 연예인들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한다.
한국의 ‘아빠 어디가’가 가족구성원 중 소통이 가장 적은 아빠와 어린 자녀가 1박2일 여행을 떠나며 추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빠빠취날’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큰 반응이 나왔다.
중국은 한 자녀만 있는 가구가 많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겪으며 버릇없는 아이들, ‘소황제(小皇帝)’가 사회문제화됐다. ‘빠빠취날’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지는 자녀들의 교육방식을 볼 수 있다. 가족관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시골에 대한 동경도 한몫한다. 중국 연예인은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레 연예인의 사생활이 노출돼 관심을 끈다. 어쨌든 중국에서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예능이 됐다.
영화‘ 아빠 어디가’ |
이런 높은 인기의 프로그램에 기업들은 광고쟁탈전에 나섰다. 지난 2일 열린 ‘빠빠취날’ 시즌2 광고 입찰에는 무려 1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유제품 기업인 이리(伊利)가 무려 3억1199만위안(약 543억원)을 내고 메인 타이틀스폰서가 됐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我是歌手)’ 시즌1도 전국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가 현지에서 일일이 지도 자문 감독을 맡고 있다. 시즌1은 후난TV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했다. 여기에 출연한 가수 황치산은 출연료가 40배나 뛰어올랐다. 지난 19일 후난TV 스튜디오에서 시즌2를 첫 녹화했다. 방청석은 뜨거운 환호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我是歌手’를 통해 ‘힐링’받는 듯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포맷을 수출해 그 아이디어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예능이 그 나라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이 되고 사회적 영향력까지 행사한다는 것은 실로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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