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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데 참 우울하네요”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타운내 한 에스크로 업체. 들뜬 연말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고 텅빈 사무실을 지키던 사장만 꺼지는 한숨소리와 함께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이미 지난주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사무실을 비운지 오래며 이중 몇명은 새해가 밝아도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불황에 백기를 들고 업종변경을 선언한 것이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직원이 한둘 씩 떠나가면서 어느덧 호황기 당시 1/3에도 못미치는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무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다른 에스크로 업체도 사정은 별다르지 않다. 직원이 조금씩 줄면서 어느새 사무실 이곳 저곳에 빈 책상만 늘었고 결국 내년 초 다른 건물로 축소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에스크로 업체 관계자들은 “모기지은행연합회(MBA)는 24일 발표한 모기지 신청건수가 전주 대비 6.3% 감소하며 지난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확인사살 당한 기분이다”고 전했다. 이어 “가뜩이나 영업이 저조한데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으로 모기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국채 매입규모와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이 각각 50억달러 줄어든 400억달러와 350억달러로 조정되면 모기지 금리는 계속 오르는 반면 신청건수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한 후 올해처럼 힘든 연말은 처음이다”고 한숨지었다.
에스크로 업체 관계자들의 이런 한숨은 얼핏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개월간 미국 경제를 이끈 것은 다름아닌 부동산 시장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란 말은 이미 옛말이 됐다. 주택가격은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올랐다. 매물 역시 나오는 족족 팔려나갔다. 에스크로 업체의 호황이 연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에스크로 업계의 현실은 다르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달아올라도 신청건수는 늘어날 줄 몰랐고 그나마 유일한 수입원 이라고 할 수 있었던 재융자도 언제 부터인가 고객 문의가 뚝 끊겼다. 매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각종 부동산 수치는 에스크로 업계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기 회복이란 말이 무색하게 지난 수년래 최저 수익을 기록했고 업계 이탈률도 최근 수년래 가장 높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에스크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J 씨는 “모기지 신청건수가 이처럼 계속 감소하면 내년에도 인원을 줄이거나 문닫는 업체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마땅히 신청건수를 늘릴 방법도 없어 고민이 많다. 부동산 경기 호황이라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둘렀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