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이민호 “한순간도 치열하지 않은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김탄을 ‘이민호’스럽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또 한 번 설레게 한 배우 이민호. 이민호는 인기리에 종영한 SBS 수목극 ‘상속자들’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는 없었다. 그저 청춘에 아파하고, 사랑에 솔직했던 김탄이 있을 뿐이었다.

이민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온전히 ‘김은숙의 남자’로 거듭났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꿰뚫기라도 한 듯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으며, 그 많은 출연자들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인기 고공행진 중인 이민호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전역의 팬들과 만나고, 현재 유하 감독의 신작 ‘강남블루스’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또 한 번 비상을 준비하는 이민호를 만났다.

#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보냈나?

“크리스마스에 (최)진혁이 형 만나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집에서 보냈다. 집에서 누나와 이야기를 하고 중학교 때 친구와 만나 술도 마셨다. 혹시 여자 물어 보려고 한 거 아니냐? 다들 물어 보더라. 하하. ‘나가서 왁자지껄 사람들 만나서 놀까?’했지만 차분하게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상속자들’을 보낸 소감은.

“2013년도에 한 작품을 하게 됐는데 한 작품 한 게 잘 돼서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한 해가 돼 행복하고 기분 좋다. 오랜만에 또래들과 작업하게 된 것도 신선했다. 처음으로 다 모인 순간이 있었는데 애틋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 ‘내가 언제 또 교복을 입고 나보다 동생인 친구들과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애정도 많이 가고 애틋했다.”

-본의 아니게 이번 작품에서는 ‘맏형’이 됐다.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부담감도 있긴 했다. 그렇다고 내가 또 리더십 있게 ‘다 모여!’ 라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드라마를 하면 ‘다른 스케줄은 비워 달라’고 해서 드라마에 집중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는 대세인 친구들이 모여서 그런지 여러 가지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고 현장에 오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지쳐 있을 때 가서 장난치고 위로해주고 그랬다. 그랬더니 애들이 ‘분위기 메이커’는 나라고 했더라.하하.”

-김은숙 작가와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드라마를 할 때 작가님과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대본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거나 상황이 맞지 않다’고 느꼈을 때 그때 이야기 하는 편인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초반 미국 분량 이후에는 통화를 한 적이 없다. 그만큼 대본에 대한 만족감도 컸고 대사들도 그렇고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았던, 굉장히 행복했던 작품이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대사가 있나

“’나 너 좋아하냐’가 굉장히 화제가 돼서 그것에 대한 애착이 간다. 나도 말장난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 그 대사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라헬(김지원 분)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웠다. 미안한 마음은 없었나?

“극중에서지만 미안한 감정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아예 표현이 안 된 것은 아니다. ‘나는 너가 이랬으면 좋겠고 내 감정은 이래’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탄이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탄이는 솔직했다. 그랬는데도 좋다고 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음소거 오열이 화제였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사실 그렇게 많이 울어 본 적도 없었고 오열처럼 울어 본적이 없었다. 이번에 처음 해봤고 실제 생활에서도 울음이 많은 편은 아니다. 아마 사적으로 울어 본지도 몇 년이 된 것 같다. 그때는 상황을 이해하고 탄이의 마음을 이해하니 눈물이 나더라”

# ‘이민호의 재발견’이라는 말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기분이 너무 좋았지만, 이렇게 막상 또 앞에서 듣고 있으니 창피하고 민망하다.(웃음) 그런데 이번 작품 경우는 기존 캐릭터에 설정이나 상황들을 많이 부여하는 스타일이었다. ‘꽃보다 남자’때도 ‘구준표는 재벌이니깐 젓가락질은 이렇게 해야 하고, 안하무인이니깐 사람들을 쳐다 볼 때는 벌레 보듯이 봐야한다’라는 설정들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냥 ‘오롯이 대본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해서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촬영 하는 동안에는 ‘내가 이렇게 촬영 하는 게 맞는 건가?’,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초반 미국 서핑 장면을 위해 연습은 얼만큼 했나

“다섯 번 정도 강원도 양양에서 연습했다. 더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고.(웃음). 미국은 촬영 5일 전에 가서 5일 동안 연습을 했다. 근데 큰 그림은 거의 대역이었다. 기술을 쓰고 그런게. ‘대역이 되게 닮으셨더라’라는 말들을 많이 했는데 그 얼굴은 다 나다. 얼굴은 다 CG로 합성한 건데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있더라, ‘아무리 연습했어도 저건 못 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다. 캡처해서 보면 나다.

-김탄과 이민호와 닮은 점이 있나?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캐릭터와 나랑 비슷한 부분을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생각하면 ‘나랑 되게 비슷했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크게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집착 같은 것을 잘 안하는 편이었다. 자존심도 있고 집착하면 그래 보인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았다. 티격태격 하는 모습들은 여자 친구랑 비슷한 것 같다.”

-박신혜와의 호흡은 어땠나?

“내가 어떤 장면을 찍기 전에 ‘이건 이렇게 할 거고 분위기는 이러니깐 넌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다정하게 맞추는 스타일이 아니다.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대처해줘서 고마웠다.”

-김성령과의 호흡도 좋았다.

“탄이처럼 엄마한테 다정하게 ‘와인 줄여요’라는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다. 성령 엄마는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는 이슈를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친구처럼 편하게 지냈던 관계였던 것 같고, 선후배 관계를 떠나서도 좋은 사이였다. 평소에는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안하고 장난도 많이 했고 촬영이 시작하면 또 감정에 몰입해서 잘 했던 것 같다.”

-이민호도 이민호지만, 김우빈에게도 많은 시선이 쏠렸던 작품이다. 자극 받지 않았나?

“우빈이가 워낙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도 좋은 자극이 됐다. 그리고 우빈이 같은 경우는 동생이라기보다는 동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다. 맡은 걸 잘하고, 자신이 모르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그에 반해 형식이나 민혁이는 귀여운 동생 같았다.”

-’꽃보다 남자’에 이어 ‘상속자들’ 역시 고등학생 캐릭터다. 그런데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 26, 27세가 소년과 남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둘 다 표현할 수 있는 나이다. 개인적으로 ’26, 27세가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라는. 20대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분위기와 외모를 가지고 있고 대중들은 나에게 원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할 시간이 많은데 내 고집 때문에 연기변신을 하기 보다는 내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외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화제가 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학원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꽃보다 남자’와 나이와 상황이 똑같았지만 김은숙 작가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어서 출연했던 것 같다.”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많이 하는 편인가?

“캠을 찍어서 모든 상황을 체크하는데 체크하는 동안 카메라는 다 이동하고 있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중요한 감정신은 제가 볼 때까지 기다려주지만 그 외에는 내가 보고 있을 때 이미 넘어간다. 하지만 정말 아니다 싶거나 다시 촬영하고 싶을 땐 이야기를 했다.”

-연기에 대한 확신이 좀 생겼나?

“예전보다 여유와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여유는 생겼지만, 20대는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고 발전시켜야 하는 앞으로 나가야 하는 시기다. 어떤 한순간도 나 자신과 치열하지 않게 연기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계속 나를 낮추고 그거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새롭게 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는 편인 것 같다.”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꽃보다 남자; 이후에도 3년 동안 팬미팅을 진행하면서 ‘더 이상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한계치인 것 같아서 앨범을 내게 됐고 팬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앨범을 내고 이렇게 ‘아시아투어를 하는 것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중국 갔다 와서 든 생각은 누군가의 앞에서 노래를 하는 자기가 있으면 피하는 스타일이었다. 왜냐하면 ‘음악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피할 수만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개발을 해서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도 저런 느낌의 공연을 할 수 있구나’, ‘이민호하면 어떤 스타일의 공연이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싶다.”

-‘강남블루스’에 캐스팅 돼 화제가 됐다.

“유하 감독님이 ‘강남블루스’를 기회하실 때부터 날 생각하신 것 같다. 이번 영화는 28살에 만나는 작품이다. 소년성을 버리고 남성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나이다. 액션의 끝판을 보여줄 것이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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