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은 ‘낙하산 NGO 천국’

-재무부에 ‘모피아’가 있다면 서울시엔 ‘엔피아’
-최고위층부터 하위직까지 장악…조직 와해 분위기
-이사장 임명 1년전 전직…임명후엔 내부승진 ‘자찬’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 집단을 ‘모피아’라 부른다. 갱단 ‘마피아’처럼 제 식구 챙기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끈끈한 인맥을 유지한다. 지난해 금융권 기관장 인사에 모피아들이 득세하면서 청와대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정부의 축소판인 서울시에는 ‘엔피아’가 있다. 비정부기구(NGO) 출신 인사들이 시정 전면에 등장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들은 업무의 전문성과 무관하게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등에 업고 서울시 산하기관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투자ㆍ출연기관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이 NGO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6월 임명된 오성규 이사장은 환경정의 사무처장 출신으로 박 시장 선거 캠프에서 실세(사무처장)로 통했던 인물이다.

오 이사장은 지난 2012년 11월 시설공단 사업운영본부장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이듬해 전임 이사장이 퇴임하자마자 곧바로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다. 당시 서울시는 ‘내부 승진 인사’라고 자화자찬했다.

오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외부 인사들이 눈에 띠게 많아졌다. 시설공단 서열 2위인 이지윤 문화체육본부장은 외국계 홍보회사 출신이다. 이 본부장도 박 시장과의 인연으로 지난해 8월 시설공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 산하기관 관계자는 “박 시장과 같이 선거 운동을 했던 인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비상임이사는 NGO 출신이 과반을 넘는다. 비상임이사 7명 중 당연직 2명을 제외하면 3명이 NGO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임명된 기춘 사외이사는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상임이사이고, 이경란 사외이사는 서울 성산동 성미산 마을을 이끄는 ‘사람과 마을’ 이사였다. 최승국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시설공단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이지윤 문화체육본부장, 최승국 사외이사

이들을 감시해야 할 시설공단 감사는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장백건 씨로, 박 시장 측 사람이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이다. 이들은 월드컵경기장, 공용주차장, 어린이대공원, 청계천 등을 관리하는 시설공단의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경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한 시민단체 사무총장의 계약직 주차관리원 불법 취업 사건에 시설공단이 타킷이 됐다.

NGO 출신 낙하산이 하위직까지 내려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 관계자는 “시설공단에는 팀장과 과장까지 NGO 출신 인사들이 점령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조직이 와해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정된 신분에 안주하기 쉬운 공기업 조직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긴장감을 넣어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전문성이 결여돼 오히려 조직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설공단은 현재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마케팅팀장 모집에도 NGO 출신 인사가 내정했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이 관계자는 “경력직은 2년 계약직이지만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사실상 정직원과 같다”면서 “다른 산하기관도 낙하산 인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박시장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문제도 문제지만 만약에 박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한번더 홍역을 치뤄야 한다”며 “역대 어느 시장도 이처럼 최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자기사람을 심어 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시장의 낙하산 인사는 서울시설공단에 그치지 않는다. 13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낙하산 인사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자 박시장은 “삼고초려해 영입했는데 낙하산 인사한다”며 억울해 했다. 그러나 실제 서재경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문성은 전혀 없으며 임기내내 한 것이라곤 수시로 인사를 한것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경우에는 박원순 시장과 같은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에서 조차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해임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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